갑작스럽게 치솟은 가격은 국제 마약조직에게 오히려 매력적인 먹잇감이 된다.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 만큼 돈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들은 앞서 적발된 마약 단속·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변칙적인 밀반입 전술을 구사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인천에서 김포, 김포에서 김해 등지로 마약 밀반입 공항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물론 소금이나 설탕을 마약으로 위장해 구체적 단속 방식을 확인하기도 한다. 마약이 아닌 물질을 이용해 세관이나 경찰 같은 단속기관을 테스트하는 고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기상천외한 밀반입 방식도 계속 개발된다. 공짜 관광을 미끼로 관광객에게 공업용 다이아몬드로 위장한 마약 배달을 시키는 것은 유명한 수법이다. 목각 인형이나 중국식 화과자 안에 필로폰을 넣거나 나사제조기 같은 기계 안에 마약을 넣고 용접을 한 방식이 적발되기도 한다. 말단 조직원의 항문 등 신체에 숨겨 들여오는 엽기적인 방식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또 다른 P요원도 "밀매 적발 시 마약 조직은 돈을 엄청나게 잃는 등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마약 밀반입 자금을) 투자한 쪽에서 가만 놔두지 않고, 심하면 (신체적으로) 해를 가할 수도 있어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굉장히 (단속·수사를) 의식한다"고 말했다.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정원 등의 노력에 국제 마약 조직은 국내에서 직접 마약을 생산하는 대범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범죄와의 전쟁'을 치른 1980~90년대 이후에는 국내에서는 대량으로 마약이 제조된 적 없다는 단속·수사기관의 선입견을 역이용한 셈이다. 여기에 새 마약제조 기술까지 더해져 당국의 눈을 속이려 들었다.
실제 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 호텔 방에서 20대 중국인이 필로폰 3.6㎏을 제조하다 적발됐다. 이 중국인은 독특한 제조기술을 활용해 환기시설 없이 혼자 30시간 만에 필로폰을 제조했다. 일반적으로 필로폰은 제조에 3~4일이 소요되고 악취가 발생해 호텔에서 만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자금·원료·도구 공급책 대만인이 함께 검거됐는데, 두 사람은 서로를 전혀 모르는 사이로 조사됐다. 해외의 윗선으로부터 철저한 지시를 받아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다. 제조 규모나 방식의 고도화 등은 국내 유통망까지 짐작게 한다.
국정원 등 단속·수사기관에서는 이번 국내 마약 적발을 마약 밀반입의 변곡점으로 보고 철저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H요원은 "첩보를 받고 추적에 들어가도 (마약조직과 쫓고 쫓기는 상황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며 "마약은 중독이나 경제적 문제로 일벌백계가 좀처럼 안 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