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으로 퍼진 ‘Old Town Road’

서성덕 (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19.06.21 06:21
글자크기
틱톡으로 퍼진 ‘Old Town Road’


릴 나스 X의 ‘Old Town Road’는 이미 2019년 가장 큰 히트곡이다. ‘Old Town Road’는 6월 15일자 빌보드 ‘핫 100’에서 10주째 1위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Despacito’의 16주가 있었고, 2018년에는 드레이크의 ‘God’s Plan’과 ‘In My Feelings’가 있었으니, 숫자 자체에서 대단함을 느끼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Old Town Road’의 ‘장수’는 단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지나칠 정도의 강력함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빌보드 ‘핫 100’은 스트리밍, 음원 판매, 라디오 성적을 합쳐 점수를 집계하고 순위를 낸다. ‘Old Town Road’는 역대 가장 압도적인 1위곡으로 평가된다. 1위에 오른 10번 중 8번은 2위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수를 얻었다. 나머지 2주는 첫 1위를 차지했던 4월 13일자,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ME!’가 2위를 했을 때 뿐이다. 그 밖에 2위에 머무른 포스트 말론, 숀 멘데스, 에드 시런과 저스틴 비버, 빌리 아일리시 모두 언제 1위를 해도 놀랍지 않은 아티스트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릴 나스 X를 멈출 수 없다. 그가 스스로 멈추기 전에는. 이 정도의 압도적인 히트는 1993년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이후 처음이다.



이 압도적인 화력은 스트리밍 덕분이다. 컨트리 스타 빌리 레이 사이러스가 참여한 리믹스를 공개했을 때 ‘Old Town Road’는 주간 스트리밍 1억 4천만 회로 역대 1위 기록을 만들었다. 드레이크의 ‘In My Feelings’가 가지고 있던 1억 2천만 회를 까마득히 뛰어 넘었다. 그 이후로도 1억 회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공식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는 다시 1억 3천만 회를 찍었다. 지난주 기록도 1억 2천만 회에 육박한다. 주간 스트리밍 역대 ‘탑 10’ 중 9개가 ‘Old Town Road’ 차지다. 음원 판매도 1위, 라디오 순위는 2위이며, 아직도 매주 기록이 상승 중이다. 지금부터 6주간 1위를 계속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그 이상이 된다면 역사상 최고 히트곡이 된다.

이 모든 뉴스의 첫머리에 ‘틱톡’이 있다. 짧은 동영상을 공유한다는 단순한 플랫폼이지만, ‘틱톡’은 중국에서 시작된 앱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15초의 짧은 시간 동안 눈에 띄려면 음악은 필수적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쓰게 된다. ‘틱톡’을 잠시만 써봐도, 유행하는 트랙의 핵심적인 부분이 뇌리에 남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의 히트곡은 ‘틱톡’에서도 당연히 자주 들린다. ‘Old Town Road’는 반대의 사례다. 이 노래를 틀고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복장과 동작을 하는 ‘Yeehaw 챌린지’가 유행을 타면서 사용자들이 노래를 따로 찾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주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젊은 사용자들은 급격히 노래의 성적을 끌어 올렸다. 3월 16일자 차트에서 83위 진입한 노래는 51위, 32위, 15위를 거쳐 1위가 되었다.



차트에 오르기 시작할 무렵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낀 레코드사가 릴 나스 X와 계약하고, 노래의 컨트리 분위기를 확실히 살려줄 수 있는 리믹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내놓았고, 결과는 역사적인 히트였다. 최근 2~3년 사이 뮤지션과 패션 분야에서 서서히 바람이 불어오던 ‘흑인 카우보이’라는 제안이 대중적 인식을 얻고 정점에 이르는 순간, ‘Old Town Road’는 ‘틱톡’ 챌린지를 통해서 그 모든 에너지를 흡수했다. 왜 하필 ‘틱톡’일까? ‘카우보이’에 대한 인상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이다. 카우보이 모자와 적절한 말타기 동작이면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만, 15초 이상 무엇인가 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15초 동안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서 ‘흑인 카우보이’가 과거 서부 시대의 문화적 전복처럼 보이지만, 실은 ‘카우보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북전쟁 시대의 흑인 소몰이를 낮춰 부르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나, 최소한 명시적으로 인종차별을 하기 어려운 현재에도 ‘로데오’처럼 카우보이 문화에 근거를 둔 스포츠가 흑인을 배제한다는 복잡한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빌보드 ‘핫 100’이 유튜브 성적을 반영하기 시작한 직후, 당시 유튜브에서 대유행하던 “Harlem Shake”가 1위를 하면서 인기곡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Old Town Road’는 2019년에 새로운 규칙이 하나 더 생겨났다는 증거다. 재현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보인다. 그래서 흥미롭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