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공격, 이란 소행? 전세계 긴장 '고조'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6.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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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사우디 등 "이란 소행 거의 확실"
vs 이란 "용의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vs 중국 등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유조선 공격, 이란 소행? 전세계 긴장 '고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유조선 피격 사건이 한달 새 두 차례나 발생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배후로 지목된 이란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이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중국, 유럽 등은 신중한 자세를 촉구하며 이번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최근 현지 매체 '아샤르크 알 아왓'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비난하며 "국제사회는 '결정적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는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3일 오전(현지시간) 오만 바다에서 노르웨이와 일본 해운사가 각각 운영하는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됐다. 선원들은 즉각 조난신호를 보냈고 인근의 선박들로 옮겨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2일에도 사우디 유조선 2척을 포함해 총 4척의 배가 이 일대에서 공격을 받았다. 당시에도 공격 주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이란의 소행일 것이란 의심이 제기됐다.

지난해 5월 미국은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이후 대(對) 이란 경제 제재를 지속해 왔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는 등 '보복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제품 및 원유의 수송 요충지다. 전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가량이 이곳을 이용해, 매일 24~30척의 유조선이 지나는 셈이다. 불특정 유조선을 대상으로 한 원인 불상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유가는 물론 보험료 등 해운사들의 운송 부담도 오르게 된다.


실제로 오만 해상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있은 당일 브렌트유 가격은 2.3% 올랐고 지난 14일에도 1.1% 오른 62.01달러에 장을 마쳤다. 위기감이 커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가디언에 따르면 사건 직후 이 일대를 지나는 유조선 운송 보험료가 10%가량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으로부터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폭격 하루 만인 지난 14일 "이란에 테러 책임이 있다"고 밝혔으며 미 중부사령부는 같은 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피격 당한 선박 중 하나에서 미폭발 폭탄을 제거하는 모습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담긴 흑백영상을 공개해 미 정부 당국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이날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IRGC가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사실은 거의 분명하다"며 "어떤 국가나 비국가적 행위자도 이번 공격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판단을 근거로 미국이 사고 해역에 구축함을 추가 파견한 가운데 이란은 이같은 혐의를 정면 반박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외교위원회 특별위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원유수출을 불안하게 하는 용의자"라며 사고가 자작극임을 시사했다. 또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지난 14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안보 유지 책임자로 사고 유조선 선원들을 빠르게 구조했다"며 "사건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 등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AP는 "이란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몇몇 강대국들은 긴장을 낮추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며 "유럽연합도 최대한의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하산 로하이 이란 대통령을 만나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중국과 이란 관계는 발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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