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이나 하지 뭐"? 치킨대학서 직접 닭 튀겨보니

머니투데이 이천=이강준 기자 2019.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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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제너시스bbq 치킨대학에서 치킨 조리부터 제품 포장까지 전 과정 체험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제너시스bbq의 치킨대학 전경/사진제공=제너시스bbq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제너시스bbq의 치킨대학 전경/사진제공=제너시스bbq


"'닭만 잘 튀기면 치킨가맹점은 성공한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사실은 이것도 쉽지 않거든요."

1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세계 유일 치킨 교육기관인 제너시스 bbq의 '치킨대학'에서 가맹점주 교육을 담당하는 홍기풍 창업교육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치킨대학은 실제 대학교가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담당하듯이 '치킨 메뉴 연구·개발'과 '가맹점주 교육·체험' 등 두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BBQ'의 가맹점주가 되려면 여기서 2주간의 기초 교육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교육 커리큘럼은 가장 기본적인 치킨을 튀기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해 가맹점 위치에 따른 마케팅 전략, 고객 응대 방법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자영업자 500만명 시대, 1일 BBQ 가맹점 사장님이 되어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 후라이드 치킨'을 직접 만들어봤다.



14일 오후 5시 경기 이천 치킨대학에서 기자가 닭 조각을 반죽물로 옮기는 모습(위). 집게로 닭을 너무 세게 집어서 고기 일부가 뜯어졌다(아래)./사진=이강준 기자14일 오후 5시 경기 이천 치킨대학에서 기자가 닭 조각을 반죽물로 옮기는 모습(위). 집게로 닭을 너무 세게 집어서 고기 일부가 뜯어졌다(아래)./사진=이강준 기자
처음엔 쉬워보였다.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닭에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기만 하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라이드 치킨 만들기 체험은 체험치고는 '혹독'했다. 재료는 손질돼있었지만 치킨이 완성돼 배달될 때까지 전 과정을 직접 했어야 했다.

먼저 미리 8등분 된 닭을 반죽물에 넣어야 한다. 반죽통에 집게로 살살 넣어야 한다. 너무 강하게 집어올리는 바람에 고기 조각이 뜯어져버렸다. 그 다음 튀김 파우더를 입혀준다. 여기서는 닭을 잡고 파우더 통을 휘젓는게 아니라 파우더 가루를 닭 조각 위에 뿌려주는 게 포인트다. 파우더가 너무 많이 묻으면 속은 덜 익고 겉은 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죽옷을 입한 닭 조각에 튀김 파우더를 뿌리는 모습(위). 튀김옷을 입힌 닭을 160도로 달군 기름에 넣는 모습(아래)./사진=이강준 기자반죽옷을 입한 닭 조각에 튀김 파우더를 뿌리는 모습(위). 튀김옷을 입힌 닭을 160도로 달군 기름에 넣는 모습(아래)./사진=이강준 기자
또 필요이상으로 반죽과 튀김 파우더가 사용되면 다 원가 낭비로 이어진다. 이날 교육을 담당했던 이지혜 제너시스bbq 조리 강사는 "가맹점 사장님이라면 이게 다 돈이 나가는 셈이니 잘 아껴야 된다"고 지적했다.

튀김옷을 입히는 게 끝이 아니다. 두 조각을 잡은 양 손등을 부딪혀 튀김옷에 '컬'을 만드는 작업을 해줘야 한다. '컬'은 치킨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해 더욱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만들어 준다. 이 강사는 "치킨 표면의 컬만봐도 그 사람의 숙련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160도에 맞춰져있는 튀김기로 닭을 넣고 10분간 튀겨준다.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튀기는 동안 빠르게 테이블 위를 닦고 조리 기구 설거지까지 해야했다. 이쯤되니 이마에선 땀이나고 눈에선 눈물이 났다. '내가 치킨을 만들었다'는 감동의 눈물이라기 보단, 눈이 정말 매웠다. 올리브유가 치킨을 튀기면서 연소돼 가스가 발생해서 눈을 자극한 것이었다.


치킨이 튀겨지는 동안 조리 기구를 설거지 하는 모습(왼쪽). 치킨 박스 포장을 마무리하는 모습(오른쪽)./사진=이강준 기자치킨이 튀겨지는 동안 조리 기구를 설거지 하는 모습(왼쪽). 치킨 박스 포장을 마무리하는 모습(오른쪽)./사진=이강준 기자
튀김기에서 치킨을 건져내고, 박스에 옮기는 포장 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박스는 다 펴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것처럼 신속·정확하게 구김없이 접어서 치킨을 담아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닭다리 두 조각을 치킨 맨 위에 올려서 플레이팅해야 한다는 것. 닭다리를 가장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 특성상 다리가 바로 보이지 않으면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한다.

"나중에 치킨 집이나 하지 뭐" 하는 말이 농담으로 나올 정도로 아직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별 노력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있다. 직접 해보니 요리, 마케팅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치킨을 만드는 손 역시 빨라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이날 기자는 닭 한마리를 튀기는데 20~30분이 소요됐지만, 기본적으로 1시간에 15~20마리는 소화해내야 한다.

이런 점때문에 홍 팀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은 교육사업"이라며 치킨대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지식을 갖고 가맹점주 모두가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지식을 점주들에게 전파하는 곳이 '치킨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는 "치킨대학을 2025년까지 단순 연구·교육 시설을 넘어서 '외식 테마파크'로 키우는 데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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