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2∼3번 내린다고? 착각하지 마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6.16 04:00
글자크기

[이상배의 뉴욕브리핑] 美 경기호조에 '금리인하' 기대 후퇴…FOMC 성명 '인내' 문구 빠질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시장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오해하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건 연준이 몇달내 2∼3차례 정책금리를 내리는 것인데, 이건 지난해 4차례의 금리인상을 사실상 되돌리는 것이다. 그건 연준이 스스로 신뢰를 포기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내퍼티 내틱시스투자운용 수석전략가)



지금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관심은 오직 인하 횟수 또는 폭이다. 시장이 가장 유력하게 보는 시나리오는 오는 9월까지 금리를 총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대가 너무 앞선 것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美 경기호조에 '금리인하' 기대 후퇴



1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이달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약 23%, 다음달까지 최소 한차례 인하될 가능성을 약 87% 반영했다.

오는 9월까지 한차례 이상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약 97% 반영돼 있다. 인하폭 별로는 △25bp 27.0% △50bp 55.3% △75bp 14.4% 등이다. 연준이 9월까지 금리를 25bp씩 두 차례 또는 한번에 50bp 내리는 데 베팅한 돈이 가장 많다는 뜻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지난 4일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이후 줄곧 높아져왔다.


그런데 지난 14일 처음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후퇴했다. 금리선물시장에서 9월까지 금리가 총 75bp 인하될 것이란 기대는 14일 17.7%에서 14.4%로 낮아졌다. 반대로 9월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기대는 2.9%에서 3.3%로 높아졌다.

도대체 14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날 미국에선 2개의 중요한 경기지표가 발표됐다.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다.

연준이 발표한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하며 두달만에 반등했다. 시장이 예상한 증가율 0.1%를 훌쩍 뛰어넘었다. 상무부가 공개한 소매판매도 전월에 비해 0.5% 늘었다. 시장이 예상한 증가율인 0.6%에는 소폭 못 미쳤지만, 당초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던 4월 소매판매가 0.3% 증가한 것으로 수정된 데 시장은 주목했다.

이 경기지표들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우린 그동안 경기의 갑작스러운 둔화를 전제로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소매판매 지표를 보면 연준이 9월까지 금리인하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OMC 성명 '인내' 문구 빠질까

최근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선 올해 금리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란 '급진적' 전망까지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라 무역전쟁의 위험을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연준은 올해 금리 수준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인하 압박 때문에 오히려 금리인하가 미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독립성을 '금과옥조'로 삼는 연준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내리는 것처럼 비치는 걸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오는 18∼19일로 예정돼 있다. 이후에도 올해 △7월 30∼31일 △9월 17∼18일 △10월 29∼30일 △12월 10∼11일 등 4차례가 더 남아있다.

연준이 이번주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통화정책 성명에 금리동결 기조를 뜻하는 '인내'(patient)란 표현이 빠지고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비둘기'(통화완화주의)적 문구가 포함될지 여부다.

지난주(10∼14일) 뉴욕증시는 금리인하 기대감에 소폭 상승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 올랐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0.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7%씩 오른 채 한주를 마쳤다.

스티펠 니콜라스의 저스틴 위그스 상무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금리인하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투자자들이 어디에 돈을 넣어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