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심형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IHQ미디어에서 열린 코미디TV '스마일킹'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코미디TV 예능 '스마일 킹'은 쇼 코미디와 방송 코미디를 결합시킨 프로그램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코미디의 황제' 심형래를 만났다. 최근 코메디TV의 '스마일킹' 프로그램으로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한 소감을 듣고 싶었다. 2004년 KBS1 '쇼 행운열차'를 끝으로 방송 코미디 무대에 서지 않았으니 꼭 15년 만이었다.
그는 "두려웠다"고 입을 뗐다. 사업 실패와 수많은 구설수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코미디 무대에 다시 선다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도전' 이었다. 주위의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뿐 아니라 최근 트렌드와 맞지 않는 옛 코미디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를 다시 무대에 세운 것은 자신을 기억해 주는 팬들 때문이었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그래도 왕년엔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1980~90년대 코미디의 전설이자 황제로 불렸다.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우뢰매'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고 직접 제작하기도 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개그맨이 영화를 만든다고 비웃었지만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11년 대표로 있었던 영화사 영구아트의 부도는 큰 타격이었다. 그를 둘러싼 여러 구설수도 힘들게 했다. 따가운 시선 때문에 어느 순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강경 젓갈 축제를 기획하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르신들이 많이 오는데 추억의 코미디 무대를 선보이면 반응이 좋을 것 같더란다. 고민하다 친한 코미디언 후배들과 같이 무대를 꾸며 보기로 했다. 과거 '유머일번지'의 인기 꼭지였던 '변방의 북소리'를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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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심형래는 "공연 시작 전부터 5000여 객석이 모두 채워졌고 관객들의 호응도 너무 좋았다"며 "특히 중장년층의 반응이 좋은 걸 보면서 아직도 이런 옛 코미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내세운 공연팀 '심형래 쇼'를 만들었다.
개그맨 심형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IHQ미디어에서 열린 코미디TV '스마일킹' 기자간담회에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코미디TV 예능 '스마일 킹'은 쇼 코미디와 방송 코미디를 결합시킨 프로그램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그래도 매주 황현희, 박대범 등 까마득한 후배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며 연습에 매진한다. 슬랩스틱은 서로의 호흡이 중요하다. 찰나의 때리고 맞는 타이밍이 웃음 포인트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8일 첫 방송이 나가고 현재 8회 방송까지 나갔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의 호응도 더해가는 걸 보면서 힘을 얻는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곧 디워 후속편인 디워2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번엔 천상계를 배경으로 용의 두 딸 간에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다. 얼마 전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와 계약을 마쳤고 시나리오 작업도 끝났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투자자들과 투자 논의도 진행 중이다. 배우 캐스팅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크랭크인, 2021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영화도 코미디도 모두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형래는 "큰 실패를 겪고 나서 속세를 떠나고 픈 생각도 컸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게 만든 원동력은 응원하고 격려해준 팬들 덕분"이라며 "부족한 게 많지만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