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련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로드쇼 행사장. /사진=박소연 기자
지난 14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마련된 삼성전자 '비스포크(BESOKE)' 로드쇼 행사장에서 한 여성이 발길을 멈췄다. 많은 고객들이 알록달록한 비스포크 앞에서 멈춰서긴 했지만 이것이 냉장고란 사실도 아직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이달 7일부터 이곳에서 로드쇼를 진행해온 담당자는 "냉장고인지 모르고 지나가다가 예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삼성에서 새로 나온 냉장고라고 하면 놀라고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또 놀란다. 예쁘다, 생각보다 싸다는 반응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곳 행사장엔 하루 평균 평일엔 300~400명, 주말엔 500~600명이 찾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엔 이례적으로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나서 힘을 실었다. 통상적인 냉장고 신제품 출시 행사에 대표이사급이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날 행사는 배우 하석진이 진행자로 나서고 문승지, 김충재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연예인들이 참여해 파티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4일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과 그 첫 번째 신제품인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선보이고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삼성전자는 비스포크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실질적인 판매량·수익성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무채색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났고 2만여개의 조합이 가능한게 강점이다. 여기에 비스포크의 가격도 기존 냉장고에서 크게 올리지 않았다.
◇삼성 승부수 '맞춤형 냉장고' 대세될까= 냉장고는 시장에서 수차례 디자인의 변화를 겪었다. 국내에선 1965년 LG의 전신인 금성사가 한국 최초의 냉장고 '눈표 냉장고'를 생산했다. 저장용량 120L에 백색 1도어였다. 냉장고는 '백색(白色)가전'의 대표주자로 흰 색이 주류를 이루다 2010년대 초반부터 메탈 소재가 쓰이기 시작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중간중간 변화도 있었다. 2001년 삼성은 세계 최초로 색깔 있는 강화유리를 적용한 '인테리어 지펠'을 출시했다. 2005년엔 강화유리 뒷면에 무늬를 적용한 냉장고도 출시했다. 이밖에 '앙드레김 냉장고'(2006년), 이탈리아 출신 보석 디자이너 마시모 주키가 보석함 느낌으로 디자인한 '마시모 주키 냉장고'(2010년)가 나왔지만 메탈 본연의 느낌을 살린 디자인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2001년 출시된 '인테리어 지펠'./사진=삼성전자뉴스룸 캡처
주류가 아니었던 혁신 제품이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바꿔왔단 점에서 일각에서는 '비스포크'가 냉장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게임체인저(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제품)가 되긴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냉장고는 획일적으로 커지기만 했고 이 과정에서 작은 제품이나 다양한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통적 개념의 냉장고에 무늬만 조금씩 바뀌었는데 몇 년 지나면 트렌드가 변한단 문제가 있었다"면서 "비스포크는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년 뒤에도 레고처럼 일체감 있는 조합이 가능해 차별화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TV광고 전이라 모르는 고객이 많지만 1~2년 후 시장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힘을 실었다. 실제 삼성디지털프라자와 백화점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문의와 구매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의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냉장고는 이탈리아 스메그, 국내 코스텔 등 소형가전에서 선보여 아주 새로운 콘셉트라곤 할 수 없다"며 "개인 맞춤형 가전으론 지난해 말 LG가 선보인 오브제 냉장고도 있어 비스포크가 대세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