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대구고검 돌아가고 싶다'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된 사연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9.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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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고검장 뛰어넘어 검찰총장 될 수 있을까…17~18일 판가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김주현 차장검사 이임식에 참석해 자리를 찾기 위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김주현 차장검사 이임식에 참석해 자리를 찾기 위해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올 초 주변 사람들에게 "고검장이 된다면 대구고검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오는 7월 말 신임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 단행될 검찰 간부 인사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속내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윤 지검장은 지난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적폐수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 '적폐수사'의 피로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수사 공정성을 해치는 결정적 빌미를 주지 않아 비교적 평온한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윤 지검장으로선 고검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대구고검을 떠올린 모양인데 대구고검은 그에겐 승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3년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당시 박근혜정부에게 소위 '찍혀' 좌천성 인사로 발령받은 곳이 바로 대구고검이었기 때문이다.



윤 지검장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대구고검 검사로 지내면서 검사 커리어상으론 어둠의 시기를 보냈다. 다음 인사에서도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나면서 2연속 '물을 먹어' 박근혜정부 내내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견뎌 준 이들의 추억이 있어서인지 윤 지검장은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시절에 대한 애정을 종종 표현하곤 했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유명한 그는 대구고검 시절 맛봤던 대구식 소고기뭇국을 '소울푸드'로 꼽으며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와 그 시절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났던 사람들, 추억들을 얘기하곤 했다.

윤 지검장과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고검 검사로 보냈던 대구고검장이나 대전고검장을 하면서 좀 쉬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곤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을 역임한 사람을 그리로 보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사에 '물을 먹고' 갔던 곳에 고검장으로 승진해 다시 돌아가면 윤 지검장 개인에겐 '금의환향'일 수 있겠지만 사실 지방 고검장 자리가 그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 지검장이 두 번이나 연임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지검장 이전까지는 고검장급 자리였다. 그 규모나 역할을 비교해봐도 대구고검장으로 가는 것을 승진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시각이다.

한때 윤 지검장이 대검찰청 차장으로 가게 될 것이란 설도 등장했었다. 대검 차장은 검찰총장에 이은 2인자다. 차기 검찰총장 제1순위로 꼽히는 자리기도 하다. 고검장 중에서는 최선임이다. 고검장으로 막 승진하게 되는 윤 지검장에게 역시 어울리는 자리는 아닌 듯한데 이유는 조금 다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지검장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보니 '실세 차장' 운운하며 이같은 시나리오가 언급됐지만 윤 지검장이 '2인자'로 있으면 검찰총장이 검찰총장 역할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지검장의 다음 자리를 둘러싼 '퍼즐맞추기'는 사실 처음부터 차기 검찰총장으로 시작됐다. 윤 지검장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올 초부터 그의 차기 검찰총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애초에 '윤석열이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규정될만큼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임명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과 문재인정부에게 그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 윤 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까지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해 오면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이 추진되는 한편 윤 지검장이 검찰의 인적 개혁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 지검장이 유일하게 시민단체 추천으로 후보에 올랐다는 점도 이를 보여준다. 검찰이 기존의 조직 논리대로 기수와 직급에 따라 검찰총장 후보 방정식을 계산했다면 일반 국민들은 이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로 올렸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의중도 무시못할 요소다. 물론 청와대 내에서 윤 지검장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검찰총장 후보로 공개될 수 있었던 데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가 확고하게 읽히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는 다음주에 공개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종 후보 한명을 지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면 문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밟아나가게 될 예정이다. 16일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17~18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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