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정신질환자 정보 '마이너리티리포트' 수집 근거 있나?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이동우 기자 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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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경찰 "범죄예방 위해 불가피" 법조계 "정부가 과도한 개인정보 보유 우려"

[단독]경찰, 정신질환자 정보 '마이너리티리포트' 수집 근거 있나?


경찰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신고대상자의 '정신질환 관련 신고 이력'을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저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12 신고를 통해 얻게 되는 '범죄 가능성 있는 정신질환자' 정보를 경찰이 자체적으로 보유·저장하려는 시도에 대해 법조계는 경찰이 과도한 민감정보를 갖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이 범행을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해 체포하듯,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모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수집 근거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시행령'



동의 없는 정신질환자 정보 수집의 근거로 경찰이 들고 있는 건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시행령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정신질환 여부와 같은 개인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이른바 '민감정보'로 보고 원칙적으로 동의 없는 수집·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의료 기록 등 정신병력 관련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선 대상자의 동의를 받거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의료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은 '다른 법령에서 수집이 허용되는 경우'엔 민감정보를 동의 없이도 수집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경찰이 정보수집의 근거로 들고 있는 '다른 법령'이 바로 경직법 시행령이다.


경직법 시행령 제8조는 "국가경찰공무원이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따른 건강에 관한 정보(민감정보)…(중략)…가 포함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수집 대상인 정보가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맞지만, 정신질환자 정보를 자체 수집·저장하는 게 위법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직무수행 위해 불가피한 경우'인가

결국 핵심 쟁점은 112 신고만으로 국민의 정신질환 관련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시도가 시행령에 규정된 '경찰관 직무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경찰이 정신질환자 여부 사실을 제공받는 방법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공문으로 의뢰하는 방법뿐"이라며 "출동 상황에서 공문을 보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고, 센터는 평일 저녁까지만 운영하는 것이어서 112 신고이력 중 정신질환자 관련정보를 보유하는 건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경찰이 수배자 검거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피의자 2명의 병명, 요양기관명, 요양기관의 주소·전화번호·급여일자 등을 신청일로부터 각 2년과 3년을 소급해서 청구해 그 내역을 각 43회와 30회 제공받은 것을 두고 '불가피한 경우' 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헌재는 당시 결정에서 "경찰은 요양급여정보 요청 외 청구인들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계속 시도할 수 있었으며, 현재 또는 미래의 위치를 추정하기 위해 최근 기간의 정보가 아니라 약 2~3년 동안의 요양급여정보를 요청한 것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경찰이 수집·저장하는 정보와 관련해 별도의 기간제한을 두지 않거나, 다른 수단을 통해 확보될 수 있는 등의 사정이 밝혀질 경우 위헌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는 셈이다.

특히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건강에 관한 정보'가 해당 조항에 함께 규정된 △범죄경력자료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운전면허번호 △외국인등록번호가 포함된 자료처럼 의료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자료가 아니라 '일반인 또는 주변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신고에 따른 정신질환에 관한 정보'까지 포함하는지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 지적도

법조계에선 경찰의 정보수집을 두고 국민의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누군가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건 의사와 주변인만 아는 대단히 내밀한 정보인데, 단순히 '신고'라는 요건만으로 건강정보를 동의 없이 저장하는 것은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신질환자의 범위가 진주 사고처럼 조현병(정신분열증) 외에도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해 법 해석의 오남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정책 추진은 정신질환자를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습성이 있는 사람인지 우발적인 사건인지에 따라 경찰이 대처하는 강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피신고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를 하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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