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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약국' 오명 쓴 '근거있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6.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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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보다 커버린 '스타성', '재계약' 문제, '권력 친분설' 등 마약 손대기 쉬운 구조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




YG엔터테인먼트가 어느 순간 ‘약국’ 오명으로 대중의 도마에 올랐다. 스타 그룹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기획사 파워가 꺾일 줄 모르던 기세는 소속 가수들의 잇단 마약 논란으로 한순간에 코너에 몰린 것이다.

빅뱅, 투애니원에 이어 아이콘 멤버까지 마약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속사의 관리 문제와 멤버들의 일탈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의 뭇매를 받고 있다.

특히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증언했던 피의자가 경찰에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양현석 YG 대표가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은폐 의혹까지 덧붙여 ‘YG 권력’의 본질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YG는 어쩌다 ‘약국’ 오명을 쓰게 됐을까. 소속 가수 멤버가 맨 처음 마약으로 논란이 됐을 때, 양 대표는 ‘앞으로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멤버들에게 왜 조치를 하지 못했을까. “재발할 경우 바로 소속사 아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날릴 권한도 없었을까.

빅뱅 멤버 승리가 ‘게이트 문제’로 갈 때까지 가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까지 양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모두 조작’이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말 이외에 늘 멤버들 편에 서서 그들을 지켰다. 코너에 몰리고 나서야 YG는 승리와 계약을 해지했고, 잇따라 터진 비아이 문제에서도 회사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탈퇴라는 강수를 뒀다.

이 두 건 외에 멤버들의 일탈에 사실상 ‘방관 정책’을 쓴 YG는 이제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보다 회사 이미지 훼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약국 오명’이라는 지경에 이른 그간의 배경을 YG에서 근무했던 간부와 연예기획사 관계자 멘트를 통해 들어봤다.

◇ “양현석 보고 들어온 연습생, 양현석처럼 되니 노 터치(No touch)”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현진영의 마약을 계기로 끼 있는 성인보다 말 잘 듣는 아이돌로 방향을 바꿨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는 아이돌 교육의 시작을 ‘인성’에서 찾는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인격 수양이 덜 된 아이돌은 키우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YG는 달랐다.

YG에 몸담았던 A씨는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양 대표의 스타성을 보고 존경의 마음으로 회사에 문을 두드린 연습생이 많았다”며 “실제 양 대표만큼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자 소위 ‘터치없는’ 자유로운 생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노 터치’ 생활의 근간은 YG의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YG가 2000년대 초반 힙하퍼를 중심으로 휘성, 빅마마 등을 거느릴 때, 이 기획사의 꿈은 미국의 ‘모타운’이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흑인 음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레이블 ‘모타운’은 흑인 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스타를 배출했다.

당시 YG 음악에 대한 전문 힙합 레이블의 비판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통 힙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YG는 ‘No.1’을 꿈꾸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상업적으로 성장했고, 그 성장 과정에서 ‘노 터치’ 문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톱스타가 된 멤버들 사이에서 ‘이 정도’(그게 마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생겼다”며 “양 대표 역시 ‘나만 따라왔고 따라오는’ 멤버들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빅뱅 멤버 승리.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빅뱅 멤버 승리.
◇ 재계약 변수도 한몫…"마약 사건 터져도 부모처럼 감싸야"

멤버들이 줄지어 마약에 손을 대고, 소속사 대표는 감싸 안는 그간의 배경에는 재계약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양현석 대표만큼 스타가 된 멤버들은 계약 종료 시점에 언제든 떠날 기회의 선취권을 지니고 있다. 문제 있는 멤버를 보호하지 않고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회사에 미치는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회사는 ‘선 보호, 후 침묵’ 정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YG에 근무했던 E씨는 “가만히 보면 YG에서 잘 나가는 그룹이 재계약하지 않은 케이스는 거의 없다”며 “잘되지 않은 가수나 그룹만 은근히 손을 놓는다. 부모 마음을 가질 때와 냉철한 사업가 마인드로 다가가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근혜 시절, 청와대 내왕 소문도”…YG 수사 영향력 있나, 없나

이전 정권 시절, 연예계에선 농담 같은 소문이 돌았다. 당시 YG의 고위 인사가 최고권력기관에 1주일마다 드나든다는 것. 한 연예기획사 B이사는 “YG가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전 정권 시절에는 편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C 대표는 “D씨가 그 관계자가 ‘맨날 바빠요. 거기 왔다 갔다 하느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해줬다”며 “(D씨한테) 잘 나가는 데 그 관계자 한번 찾아가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농담한 기억을 떠올렸다.

C씨는 이어 “선출직은 몰라도 그 정권 시절 남아있는 관료들을 향한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승리 게이트’부터 아이콘 멤버 ‘수사 과정 개입설’까지 YG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YG 영향력에 대한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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