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앞당긴 중국, ‘화웨이 구하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06.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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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미국의 제재로 시장점유율 2위로 내려간 화웨이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5G 상용화 앞당긴 중국, ‘화웨이 구하기’


최근 미중 무역분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다. 전 세계 각 국이 5G 도입을 서두르는 지금, 중국의 기술추격을 대표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제재로 인해 통신장비 시장에서 어부지리를 얻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5G 장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6일 중국이 4개 통신사에 5G 영업 허가를 부여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올 연말로 예정됐던 것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허가를 내준 것이다. 중국은 2019년에는 5G 시범서비스만 실시하고 상용화는 2020년로 예정돼 있었다.

지난 4월 3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행하는 등 글로벌 각 국의 5G 도입으로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이 올라가자 중국이 ‘화웨이 구하기’에 나선 셈이다.



◇5G 표준필수특허 1위 보유국은 중국
5G 상용화 일정에서는 우리나라와 미국에 뒤처졌지만,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보유 중인 관련 특허 수는 세계 1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인 IP리틱스(IPlytics)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보유한 5G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는 전체의 34%에 달했다. 표준필수특허란 통신기술에서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기술특허를 뜻한다. 이 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기지국 등 인프라 설비와 스마트폰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화웨이가 보유 중인 표준필수특허는 올 3월 말 기준 1554건으로 전 세계 1위다. 특히 기지국 관련 특허 수가 많다. 2위는 노키아(1427건), 3위는 삼성(1316건), 4위는 LG전자(1274건), 5위는 ZTE(1208건)다.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표준필수특허 비중은 25%, 미국과 핀란드 비중은 각각 14%다. 4G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보유한 표준필수특허 비중은 각각 22%로 똑같았는데, 5G에서는 중국이 11%p나 앞서나갔다.


미국의 IT시장조사업체 델오로(Dell’Or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글로벌 5G 무선접속망(RAN)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가 통신장비 시장에서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예상이 현실화된 셈이다. 2위는 화웨이(28%), 3위는 에릭슨(27%), 그리고 4위는 노키아(8%)가 차지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37%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5G를 상용화한 나라가 한국과 미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장비 공급은 글로벌 5G 시장에서 규범으로 삼는 표준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AT&T, 스프린트 및 버라이존에도 5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경쟁업체인 노키아의 5G 장비 공급이 원활치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5G는 LTE 망과 5G 망을 호환하는 방식의 NSA(Non-Standalone)와 독자적인 5G 망인 SA(Standalone)로 구분된다. 통신사들은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NSA 방식을 사용해 5G 상용화를 앞당긴 후,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데로 전송효율이 높은 SA로 전환할 예정이다.

◇중국의 ‘화웨이 구하기’
LG유플러스가 5G 도입에서 화웨이 배제를 망설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화웨이 통신장비로 구축된 기존 LTE 망에 다른 통신장비 업체가 만든 5G 망을 호환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방위적인 견제에도 28%의 점유율을 지킨 화웨이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화웨이는 170개국가, 40여개 통신사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글로벌 1위 업체다. 현 상태에서 북미시장 진출은 불가능하지만, 어차피 화웨이의 통신장비 매출액에서 북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화웨이는 지난 6일 기준 이미 30개국의 46개 통신사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게다가 5G 영업허가 발급으로 중국 통신사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9월까지 중국 40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혔다.

중국의 본격적인 5G 투자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ZTE 뿐 아니라, 중국 통신사에 LTE망을 공급한 에릭슨과 노키아의 매출에도 유리하다. LG유플러스와 똑 같은 이유로 통신장비업체를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도 중국이 본격적으로 5G 투자에 나서면 통신장비 점유율 구도가 기존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가 1위(31%)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에릭슨(29%), 노키아(23%), ZTE(7.4%)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5위(6.6%)에 그쳤다.

예상보다 반년 이상 빠른 5G 허가 발급을 신호로 중국이 속도를 올리면 삼성전자가 점유율 20%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의 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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