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불문 최저임금 30% 인상은 위헌" vs "인간다운 생활할 권리도 중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9.06.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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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헌재, 최저임금 인상고시 등 헌법소원 공개변론 진행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청사 / 사진제공=뉴스1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 청사 / 사진제공=뉴스1


"2년 연속으로 누적 30% 가까운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월 175만원이 최저임금으로 고시돼 있다. 이는 국가 통제에 의한 계획경제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 측 대리인)



"노사 양측과 전문가로 구성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내린다. 사용자 측의 경제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적 생활을 할 권리도 중요하다."(고용노동부 측 대리인)


2018년과 2019년에 적용된 최저임금 고시의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14일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헌재 전원재판부 주재로 진행된 공개변론에서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이하 전중협) 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국가 통제에 따른 계획경제로 가는 길"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 측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가 결정한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사항을 위헌시비로 다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중협 측은 2018년과 2019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업종이나 사업규모를 불문하고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인상된 과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중협 측에 따르면 영국·네덜란드·뉴질랜드 등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고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등은 지역별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이하게 정한다. 미국·중국 등은 성별도 최저임금 결정시 감안하고 있고 캐나다·호주 등은 직종별 최저임금이 상이하다고 한다.

전중협 측은 "최저임금제를 운영하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직종이나 연령, 지역 등 다양한 기준 중 2개~3개를 적용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며 "1개의 단일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전 산업에 모두 적용하게 하는 나라는 거의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최저임금 고시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대기업 등 산업구조상 차이나 고용된 근로자의 숫자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했다"며 "최저임금법은 직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했다"고 했다.


"과거 10년간 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률은 20%에 불과하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6.8%로 물가 상승률의 5배에 달한다. 과거 10년간 노동생산성 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은 8.3%, 103%로 차이가 크다"며 "이처럼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한 것은 국가 통제에 의한 계획경제로 가는 길로 보인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부 측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적 대화기구로 노사 양측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연구와 회의, 간담회, 투표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뿐 아니라 청구인(전중협) 측이 주장하는 '국가의 중소기업·자영업 보호 의무'는 사회적 대화로 결정할 부분이지 최저임금 위헌시비로 다툴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부 측은 직종별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지 않은 데 대해 "최저임금법 역시 직종별로 차별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직종별 차별을 둘지 여부에 대해 투표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대부분 만장 일치로 차별을 둘지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도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률 시비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나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테면 지난해 상승분 10.9%는 유사 근로자 임금상승분 3.8%, 소득분배 개선분 4.9%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 항목은 예년과 거의 같다. 다만 지난해에는 그간 우리나라에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판단 하에 종전 대비 다소 높은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서는 "정책적 판단에 대해서는 명백히 자의적이라는 등 이유가 없다면 함부로 (정책결정의) 합리성을 부정해서는 안된다"며 "청구인 측이 경제적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바탕으로 한, 헌법이 국가에 직접 부과한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자 측의 권리가 한 측에 있다면 그 반대에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저임금 근로자의 권리가 있다"며 "기본권이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기존에 헌재가 여러 번 설시한 바와 같이 모든 기본권이 반영될 수 있도록 조화적으로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번 최저임금 고시가 정책적 기술적 판단이라는 점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 측은 "청구인 측이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소기업 보호의무는 최저임금 뿐 아니라 골목상권 보호나 카드수수료 인하, 건물임대료 조정 등 수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간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차례에 걸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실시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법 개정 등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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