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30대 車 구매 역대 최저…"돈 없어 못 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06.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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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포세대]車 시장 큰손 30대, 올 1분기 신차구매 비중 15.4%…50대보다 차량 구매 비율 떨어져

편집자주 30대가 차를 사지 않는다. 사회초년생의 상징이었던 ‘첫차 구매’가 사라지고 있다.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인 자동차는 포기 리스트의 최상단에 있다.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가 아니라 ‘이젠 그냥 다 포기’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30대의 신차 구매가 급격히 줄면서 자동차 제조사도 공유자동차 업체에 출자하는 등 변화를 모색 중이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부종합청사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들. /사진=임성균 기자1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부종합청사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들. /사진=임성균 기자


30대 회사원 김상원씨(33)는 자동차 구매를 알아보다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출퇴근용으로 자동차를 사려고 보니 월 70만원이나 유지비가 들었다. 오피스텔 월세도 벅찬 상황에서 차를 사는 것보다 차라리 직장 근처로 이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가 자동차를 안 산다. 아니 못 산다. 결혼, 내 집 마련은 커녕 취업조차 어려운 시기에 차량 구매는 언감생심이다. 때마침 차가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발전은 차량 구매 필요성을 더 떨어뜨렸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분기 30대의 신차구매 비중은 15.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구매 비중이 2.1%포인트 하락했다.

[MT리포트]30대 車 구매 역대 최저…"돈 없어 못 산다"
30대는 한때 자동차 시장의 큰손이었다. 2011년 30대의 신차 구매 비중은 23.7%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줄곧 떨어져 2014년 40대에게 역전당했고, 2017년에는 10%대로 떨어지면서 은퇴를 앞둔 50대에게도 추월당했다.



김준규 KAMA 조사연구실장은 "젊은 층의 신차구매 비중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특히 한국에서는 30대 구매 비중의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데다 심각한 취업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청년 취업난은 ‘재난수준’이다. 청년(15~29세)의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돌고, 전체 실업률(3.7%)과 청년실업률(9.8%) 격차는 6%포인트가 넘는다. 20대 후반과 경쟁을 해야 하는 30대 초반의 구직난도 심화되고 있다.

취업이 안 되거나 늦고, 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30대는 저축보다 빚이 더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30대 가구(118.9%)만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100만원 저축했다면 빚이 119만원 있다는 의미다.


차량 구매를 유인할 수 있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큰 이유다. 회사원 김상원씨는 "무리해서 차를 살 만큼 여윳돈도 없고, 아직 미혼이라 차가 없어 불편한 것도 없다"며 "돈을 모아 집을 사야 하는데, 차를 굴리다가 노후 생활까지 굴러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발전도 차량 구매를 떨어뜨렸다. 대표적인 국내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는 2012년 차량 100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보유 차량 1만대를 넘어섰다.

김 실장은 "30대가 차량을 살 수 없으니 필요할 때 빌려 쓰는 차량 공유 쪽으로 차량 소비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젊은 층은 세대 특성상 여가를 중시하는데도 차량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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