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車 판 돈으로 공유車에 투자하는 車업체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06.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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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포세대]줄어드는 車 판매에 완성차 업계 위기감-'그랩' 등 공유차 업체에 돈 몰려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공유를 희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5위 그룹을 이끄는 정 수석부회장의 발언이기에 자동차 업계 안팎에선 화제가 됐다.



실제로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공유 서비스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으로 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 세계 차량공유 시장 규모가 2025년 2000억달러(약 237조원)에서 2040년 3조달러(약 3548조원)로 연평균 1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소비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는 만큼 단순히 제품만 파는 비즈니스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게 완성차 업체들의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에선 택시업계 등의 반발과 정부 규제로 발이 묶여 현대차는 해외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MT리포트]車 판 돈으로 공유車에 투자하는 車업체들


◇줄어드는 車 판매…커지는 공유車 투자=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전 세계 누적 자동차 판매량(중대형 상용차 제외)은 2973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9479만대)이 9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든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세계 공유 자동차 이용객은 지난해 3분기 약 10억 명으로 전년 동기(7억명)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산업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개념에서 공유로 바뀌는 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차량 공유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동차 판매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공유 사업에 투자하거나 제조사 간 합종연횡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영원한 맞수'로 불리는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지난 2월 차량 호출·공유 서비스 합작 법인을 만들어 10억유로(약 1조3361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에 맞서기 위해서다. 다임러와 BMW가 각각 운영하는 차량공유 플랫폼인 ‘카투고’와 ‘드라이브나우’를 결합하고 확장하는 내용이다.

폭스바겐은 포드의 자율주행 자회사 아르고에 17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차량공유 사업을 추진한다. 일본 토요타도 지난해 우버에 5억달러(약 5900억원),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 그랩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으로 다가올 '공유시대'에는 과거 '소유시대'보다 자동차가 20~30% 덜 팔릴 것"이라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차량 공유뿐만 아니라 모빌리티(이동성) 플랫폼을 완성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동남아·인도 등 해외 투자…'국내 투자'는 불가능=현대차그룹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차의 시선은 '안방'인 한국 대신 동남아시아·인도 등 해외로 향했다.

현대차그룹이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부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그랩에 2500만달러(약 296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2012년 설립 후 동남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의 75%를 점유 중인 회사다. 같은 해 11월에는 그랩에 2억5000만달러(약 2955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호주 차량공유 업체 ‘카 넥스트 도어’에 투자해 고객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현대 오토 링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미고' △인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 등과 제휴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공유업체에만 투자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규제로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버는 한국 시장에서 제한적인 서비스만 하고 있고 승차공유(카풀) 서비스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승합차공유 서비스 '타다'도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라스트 마일'(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물류 비즈니스를 제공하고 있는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정도다.

김 교수는 "한국은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공유산업 발전이 많이 늦었다"면서 "공유경제와 연관된 차량 공유와 차량 호출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면 자동차 산업 전체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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