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 당하는 시민… 경찰은 옆에서 휴대폰만 만지작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2019.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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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청 앞 1인 시위자 폭행 논란…경찰 대응 도마 위에

/사진=영상화면 갈무리/사진=영상화면 갈무리


경찰이 전남 함평군청 앞에서 발생한 1인 시위자 폭행 사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경찰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13일 전남 함평경찰서와 인터넷에 공개된 영상 등에 따르면 11일 오후 12시50분쯤 전남 함평군 함평군청 인근 도로에서 A씨가 1인 시위 중이던 B씨의 얼굴을 때렸다. B씨는 안면을 가격당하고 바닥에 쓰러졌지만, A씨는 이를 개의치 않고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A씨는 이후 지나가던 경찰차를 멈춰 세우더니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그는 B씨의 손을 억지로 들어, 자신의 얼굴을 때리거나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경찰차 앞에서 "이 XX가 나를 이걸로 (주먹으로) 때리더라고, 나도 때렸고…"라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을 찾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는 "이걸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시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험악한 자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찰관은 A씨를 제지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의 행동만 보였다.



해당 영상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자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B씨를 다짜고짜 폭행한 A씨를 지적한 데 이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경찰의 행동을 문제 삼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누리꾼은 "공권력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관공서 앞에서 일어났다"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출동 경찰관에게도 엄정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주시길 간곡히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이 청원은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경찰은 해명에 나섰다. 함평경찰서는 이날 페이스북에 '함평경찰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엄중하게 사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복 경찰관 1명이 하차해 현장 확인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이후 정보관과 강력팀 형사 등이 현장에 도착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썼다.

아울러 "다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경고나 제지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향후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진=함평경찰서 페이스북/사진=함평경찰서 페이스북
한편, A씨는 B씨의 골프장 건설 반대 시위에 반발해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모 건설업체의 골프장 건설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다른 주민들과 함께 벌이고 있었다.

A씨는 건설사 직원으로 B씨가 건설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피해를 입은 B씨는 이가 부러지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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