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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키려 샀는데… 텀블러·에코백의 배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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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에코백 만드는 데 자원 多투입… 수백번~수천번 사용해야 환경보호 효과 있어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학생 조모씨(25)는 텀블러, 에코백 모으기가 취미다. 환경보호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하나 둘씩 사모으기 시작한 게 일종의 수집으로 발전했다. 모아둔 에코백과 텀블러를 볼 때마다 뿌듯하다며 "이 두 가지 용품들은 환경에도 좋지 않냐. 의미가 좋아서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변화에 나선 국민들이 적지 않다. 이제 가방에 보관했던 에코백을 꺼내는 모습이나, 카페에 가기 전 텀블러를 씻어 챙겨나가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색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일부 민간 재활용 수거 업체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폐비닐·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다. 환경부가 수거업체들을 설득하면서 문제는 겨우 해결됐지만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못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10일 한국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두 차례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은 둘로 나뉘어 51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소재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되어 있고 나머지 쓰레기 14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51개 컨테이너에 압류 보관되어 있다"고 전했다. 2018.12.10. (사진=그린피스 제공)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10일 한국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두 차례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은 둘로 나뉘어 51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소재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되어 있고 나머지 쓰레기 14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있는 51개 컨테이너에 압류 보관되어 있다"고 전했다. 2018.12.10. (사진=그린피스 제공)
이후 국민적으로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쓰레기 대란' 이후 전국 만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한 '환경 관련 사회적 인식 및 관심도' 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쓰레기 문제를 무섭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이 72.1%에 달했다.

이 같이 인식은 시민들을 바뀌게 했다. 응답자들은 해당 사건 이후 △다회용 장바구니 상시 구비 40.6% △일회용품 사용 자제 37.1% △비닐봉지 사용 자제 35.1% △머그컵 사용 33.3% △텀블러 사용 30.1%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텀블러 사용, 판매 크게 늘었지만… 환경에도 좋을까?

실제 텀블러 사용 빈도와 판매량은 크게 늘고, 일회용컵 사용은 크게 줄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 관계자 A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 사용량이 줄어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면서 "보통 하루면 쓰레기봉투 하나가 일회용컵으로 가득차서 버려야만 했는데, 이젠 이틀에 한번 정도만 버리면 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 B씨도 "일회용컵 사용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하루에 전체 버리는 쓰레기 중 30% 정도가 일회용컵이었는데, 이젠 10% 정도도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 5월8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마이 텀블러' 캠페인 행사에서 시민들이 텀블러를 받고 있다. 2019.05.08.   /사진=뉴시스지난 5월8일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앞에서 열린 스타벅스 '마이 텀블러' 캠페인 행사에서 시민들이 텀블러를 받고 있다. 2019.05.08. /사진=뉴시스
대신 텀블러 판매가 증가했다. 종합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에 따르면 일회용컵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국내 텀블러 판매량은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B씨는 "텀블러 사용하는 고객들도 많이 증가했다"면서 "이전에는 하루 한 명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젠 하루 5명씩은 텀블러 사용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경을 보호하려면 텀블러 하나를 오래써야만한다는 것이다. 만일 여러개의 텀블러를 구매하거나, 텀블러를 산 뒤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하는 텀블러가 일회용 컵 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서다.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의 연구에 따르면, 텀블러 사용으로 실제 환경보호 효과를 누리려면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제질은 최소 39회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 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생 박모씨(26)는 "집에 텀블러가 10개는 넘게 있는 것 같다"면서 "나도 구매하고, 선물로도 받아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게 환경에 나쁠 수도 있다는 점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몇 번 쓰고 방치한 에코백, 비닐봉지 보다 더 나빠

에코백 역시 마찬가지다. 에코백을 구매한 뒤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2011년 영국 환경청의 '수명 주기 평가' 연구에 따르면 비닐봉지(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종이봉투, 면 재질의 에코백 순서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각 제품 생산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할 때, 종이봉투는 비닐봉지 보다 3번 이상 재사용돼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고, 면 재질 에코백은 비닐봉지와 비교시 131번 재사용돼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10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행사에서 시민들이 에코백을 살펴보고있다. 2018.10.19.  /사진=뉴시스지난해 10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행사에서 시민들이 에코백을 살펴보고있다. 2018.10.19. /사진=뉴시스
덴마크의 환경 및 식품부도 최근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면 재질의 에코백이 비닐봉지(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경우 7100번 재사용돼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은 2만번 재사용돼야한다.

이에 따라 덴마크 환경 및 식품부는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비닐봉지를 최대한 많이 재사용 한 다음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재활용하는 편이 에코백을 구매하는 것 보다 낫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번 연구는 지구 온난화 관련 연구일뿐, 해양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는 비닐봉지가 가장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Quartz) 역시 비닐봉지든, 면 재질의 에코백이든 하나를 여러번 재사용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비닐봉지는 쓰지 못할 때까지 하나를 여러번 쓰고, 에코백도 꾸준히 쓰는 편이 환경에 좋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본질은 자원 낭비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자는 것이었는데, 요즘 보면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홍 소장은 "텀블러나 에코백 등을 남용해 다회용기를 일회용품처럼 쓸 경우엔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단 한개의 텀블러와 한개의 에코백을 준비해 몇년 간 사용하는 등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 쓰지 않는 텀블러나 에코백의 경우 시장, 마트, 카페 등에 갖다 주고 이곳들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빌려준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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