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수법, 행적, 동기, 성격까지…고유정의 모든 것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2019.06.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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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 단독범행 결론…잔혹 범죄 저지른 심리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심하게 훼손, 유기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고유정(36). 그는 어떤 방법으로,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우리 이웃 같은 평범한 모습의 그는 어떻게 '괴물이 됐을까. 그간의 경찰 수사 결과와 피해자 유족의 인터뷰,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그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그동안의 수사경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어 고씨의 범죄가 계획적인 단독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씨(36)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2일 고씨를 검찰에 송치한 이후 증거 보강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흉기로 3회 이상 공격…치밀한 계획범죄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씨는 수면제를 복용한 반수면 상태의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해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는 법원이 강씨와 아들의 면접교섭을 결정한 지난달 9일에 범죄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쯤부터 스마트폰으로 범행과 연관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과 '니코틴 치사량'을 비롯해 범행 도구와 수법 등을 조사했다. '사람뼈와 동물뼈 비교' '감자탕 뼈 버리는 법' 등 시신 유기에 관련된 정보도 치밀하게 검색했다.

이후 지난달 17일 충북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해 다름날인 18일 자기 차량을 이용해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갔다. 강씨를 만나기로 한 25일보다 일주일 빨리 도착한 것. 고씨는 지난달 22일 도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표백제, 청소도구 등을 구입하는 등 범행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이 사이 강씨에게 이전과 달리 다정한 문자도 보냈다. 강씨의 동생 A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이를 만나게 된 면접일이 결정됐을 때 형님이 저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며 "(고씨에게서) 전에 없던 다정한 말투의 문자가 온다고 했다. 정확히 기억난다. 물결 표시, 이모티콘. (형이) '한번 봐봐라. 나 소름 돋는다'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단답형으로 답장이 오거나 아예 안 올 때가 많다. 이런(다정한) 문자가 오니까 형은 너무 당황스러웠던 거다"라며 "저는 '다시 잘해 보려는 거 아니야, 혹시? 생각 잘해'라고 하니까 형님이 '걱정하지 마라. 나는 다시 만날 생각도 없고 애만 아니면 다시 연락조차 하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살해 장소도 면밀히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그쪽(고씨쪽) 외가도 신제주에 있고 저희 집도 신제주에 있어서 이혼 과정에서 애를 몇 번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신제주였다"며 "그런데 갑자기 1시간 반거리의 제주도 동쪽 지역에서 보자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아들(6)과 함께 지난달 25일 강씨와 만나 테마파크에서 시간을 보낸 뒤 주인과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무인 펜션에 갔다. 그 곳에서 강씨에게 수면제 졸피뎀을 먹인 뒤 최소 3회 이상 흉기로 공격해 살해했다.

다음날인 26일 고유정은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거의 하루에 걸쳐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펜션 내부를 깨끗하게 정리하며 혈흔을 지웠다.

5월27일에는 훼손한 시신을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에 담아 퇴실했다. 이날 오후 4시50분쯤 전 남편 강씨의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내가 그런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전송했다. 이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5월28일엔 제주시 한 대형마트에서 비닐장갑과 종량제봉투 30개,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해 시신 일부를 나눠 담았다. 같은 날 오후 8시30분 고유정은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떠났다. 배에 오른 뒤 약 1시간 후인 밤 9시30분쯤 고유정이 약 7분간 시신 일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비닐봉지를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선박 CCTV에 포착됐다.

고유정은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인터넷으로 목공용 전기톱을 주문해 김포 집으로 배달시켰다. 그리고 5월29일: 고유정은 경기도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로 향해 남은 시신을 훼손했다. 훼손된 시신은 근처 쓰레기장 등에 유기했다. 이때 유기한 강씨의 사체가 김포 소각장에서 파쇄 및 소각된 후 인천 재활용업체로 유입돼 지난 5일 경찰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업체에서 수습된 뼛조각은 라면박스 3분의 1분량이다.

고유정은 5월31일 주거지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고 6월1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에 유기한 혐의로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범행 동기는 "새 결혼생활 깨질까봐"…경계성 성격장애 지적도
베일에 싸여 있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가정사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고유정이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남편과 결혼 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느꼈고 이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사진=뉴스1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사진=뉴스1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계성 성격장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보통 여자 살인범들 중에는 배우자를 살해하는 경우들이 있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본인이 기대하지 않았던 혼인과 결혼 생활에 정체를 드러냈던 것"이라며 "혼인 관계가 깨진 것이 나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이렇게 생각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연애시절 숨겼던 폭력적 성격…전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평소 고씨의 성격이 폭력적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씨의 동생 A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형과 고씨는 5~6년 연애하다 결혼했고 협의 이혼했다"며 "형이 이혼을 결정했던 계기 중 하나가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애 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결혼 후 (형이) 일방적으로 당했다. 긁힌 자국도 많고 휴대폰에 맞아 눈이 찢어졌던 적도 있다"고 밝혔다.

고유정이 숨 쉬듯 거짓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고유정은 거짓말을 너무 잘했다"며 "가사 심판에서 재판장님께 '아이는 청주에서 내가 키우고 있다'고 당당히 거짓말하더라. 거짓말 사례는 말하려면 끝도 없다"고 전했다.

피해자 강씨는 전 부인인 고유정이 아이를 키우는 줄 알고 대학원 연구수당과 아르바이트비로 매달 40만원씩 양육비를 보냈다. 그러나 고유정은 청주에서 이미 재혼했고 아이는 제주의 친정에 맡긴 채 따로 살고 있었다.

A씨는 "형이랑 주변 사람들도 (고유정이) 숨 쉬는 거 말고 다 거짓말 아니냐고 한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우발적 범죄라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고씨의 끔찍한 범죄로 제기되는 사이코패스설에 대해 "사이코패스라면 초법적 사고와 범법 행위를 합법과 불법을 쉽게 넘나든다"며 "그래서 전과력이 누적되는데 고유정의 경우 전과가 없다"며 부인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전 남편에게는 극도의 집착을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씨는 현재 안정을 되찾고 담담하게 유치장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는 등 큰 변화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씨는 경찰에 전략적인 진술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도구를 사전에 구입해 범죄를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는 상황. 범행 도구 구매과 관련해 "목공예 취미가 있어 샀다"고 진술하는 등 회피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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