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안재용. ⓒ김윤식
전통 발레의 엄격함과 법칙에서 조금 떨어진 실험으로, 관람객이 파격적 재미와 흡인력을 느낀다면 공은 온전히 두 사람의 몫일 듯하다.
선두주자가 이 발레단의 예술감독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알던 ‘신데렐라’와 거리가 멀다”며 파격을 예고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왼쪽)과 안재용 수석무용수. /사진제공=마스트미디어
그의 반문에 호기심이 슬슬 끓어올랐다. 파격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데렐라에 번쩍 빛나는 유리구두가 아닌 금가루를 묻힌 맨발을 입혔다. 만들어진 동화의 모델이 아닌, 본질을 드러내는 현실의 자아로 인식하자는 감독의 의중이 실린 중요한 포인트다.
“발레와 토슈즈는 불가분의 관계지만, 맨발은 옷을 벗은 것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커요. 신데렐라의 사랑이 동화 속 그것이 아니라, 현실의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걸 맨발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용수들에게 곧잘 그런 말을 던집니다. ‘옷을 벗고 자연스럽고 단순한 모습을 드러내라‘고요. 현실로 인식하기 위해선 그런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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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공연 무대에서 안재용은 다양한 감정이 투영된 신데렐라 아버지 역을 맡았다. ⓒAlice Blangero
파격은 또 있다. 계모와 왕자가 중심이 된 이야기는 이 작품에선 신데렐라 친부모로 옮겨진다. 죽은 신데렐라 엄마가 요정으로 변신해 아버지에게 다가가고 이 과정을 통해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비중이 높은 아버지 역할에는 초고속 승급으로 올해 1월 수석무용수가 된 한국 무용수 안재용이 맡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16세에 발레에 입문한 그는 마이요 감독이 젊은 시절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무작정 모나코로 날아갔다. 그리고 3년 만에 수석무용수 자리를 꿰찼다.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 ⓒAlice Blangero
“승급 소식을 들었을 땐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꼈어요. 파격적인 감독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소화할까 고민하다, 단순히 테크닉적으로 그 역할을 소화해내기보다 그 인물에 좀 더 파고드는 감정 표현으로 예술세계를 넓혀가려고 노력했어요. 그간 정교한 보여주는 동작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인물 표현력에 더 집중했던 셈이에요.”
안재용 수석무용수. ⓒ김윤식
공연은 오는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