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건 "6년 연애 후 결혼…사이코패스 아니란 증거"

머니투데이 류원혜 인턴기자 2019.06.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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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고유정, 새 출발하는 데 전 남편이 소송 걸어 앙심품었을 것…경계성 성격장애 의심"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고유정이 피해자인 전(前) 남편 강모씨(36)와 6년간 연애한 후 결혼했으며 정상적인 회사 생활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유정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은 사실에 "타인에게는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전 남편에게는 극도의 집착을 했던 것 같다"며 "여자 살인범들 중에는 배우자를 잔혹 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성격적 특징은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밝혔다.



이어 "경계성 성격 장애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 잘할 때는 잘한다. 그래서 장기 연애가 지속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본인이 기대하지 않았던 혼인과 결혼 생활에 포악한 정체를 드러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라면 초법적 사고와 범법 행위를 합법과 불법을 쉽게 넘나든다"며 "그래서 전과력이 누적되는데 고유정의 경우 전과가 없다"고 덧붙여 고유정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사진=뉴스1(제주동부경찰서 제공)지난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사진=뉴스1(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이 교수는 고유정이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바다, 육지, 쓰레기장에 나누어 버린 사실에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 유기한 것은 본인만의 장례 행위였을 것"이라며 "(고유정에게 전 남편이) 집착이 많은 대상이었기 때문에 장기 이동을 하며 일부씩 유기하면서 정서적 변화, 마음의 정리를 느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고유정에게는 3개월 전 현 남편이 데려온 4살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남편은 아이가 질식해서 숨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경계성 성격 장애가 심하면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걸 해리라고 하는데 그 상태로 의붓 아이가 제주도에 와서 내 혼인 관계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겼으면 그 아이에게도 해코지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해 해당 사건도 재조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지난 5일 경찰은 인천시 서구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일부를 발견했다. 발견된 유해는 뼛조각으로 소각장에서 500~600도로 고열 처리돼 3㎝ 이하로 조각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유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피해자의 것인지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가 이미 소각된 만큼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 만료일인 12일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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