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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를 조국에 바친 이희호는 누구?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19.06.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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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향년 97세 별세, "이희호 여사, 옥중 DJ에 매일 편지…철학·신학 논쟁도"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제7 투표소인 신촌 성결교회에서 4.11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제7 투표소인 신촌 성결교회에서 4.11 총선 투표를 하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향년 97세로 별세한 이희호 여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반자였다. 김 전 대통령과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 했다.

이 여사는 1922년 유복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전신인 이화여전 문과와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에서 강의를 맡았다. 당시 '엘리트 여성' 중 하나였다.

이 여사는 국내 1세대 여성운동가로 불리기도 한다. 1950년대 초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 창설을 주도했다. 미국 유학 직후인 1950년대 말에는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운동계 지도자로 성장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가 첫 인연을 맺은 건 1951년. 두 인물은 학술모임에서 만나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관계를 이어가던 중 1962년 이 여사가 YWCA 총무로 있던 때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5수 끝에 국회의원이 됐지만 5·16 쿠데타로 정치 낭인이 된 상태였다. 이때부터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동반자이자 정치적 동지가 됐다.

김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 여사의 인생행로 전체를 흔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쟁한 1971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최고통치권자의 최대 정적이 됐고, 이 여사의 인생에도 가시밭길이 펼쳐졌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이어지던 시기에도 이 여사는 항상 남편과 함께 했다. 결혼식을 올린 지 열흘 만에 남편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이후 김 전 대통령은 옥살이를 반복했다. 이 여사는 석방 운동과 옥바라지를 동시에 견뎌냈다.

이 여사가 유학 시절 쌓은 영어 실력과 영문 타자 솜씨, 서구식 매너는 큰 자산이 됐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세계 각지의 유력인사들에게 유려하고 호소력 짙은 편지를 보내며 구명 운동을 펼쳤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생활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러면서 가장으로서의 책무도 맡았다. 당시 건강도 극도로 악화돼 키 172㎝에 몸무게가 43㎏까지 빠졌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관절염이 도졌고, 밥을 먹다 말고 수저를 손에 쥔 채 소리 없이 울기도 했다고 한다.

김대중평화센터가 이 여사의 생애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옥중에 있을 동안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편지를 썼는데 편지에는 가정사 외에 철학적·신학적 논쟁거리, 남편의 투쟁에 대한 격려 등이 담겨 있었다. 이 여사는 면회를 갈 때마다 김 전 대통령이 요구한 책 외에 자신이 직접 고른 서적 1~2권을 함께 전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이 여사는 영부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결식아동을 위한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 저소득층 여성을 돕는 ‘한국여성재단’ 등에서 활동했다. 여성가족부의 모태가 되는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대북송금 사건 수사, 세 아들의 비리 연루로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09년 8월에는 남편 김 전 대통령을, 지난 4월에는 첫째 아들 김홍일 전 의원을 먼저 보냈다.

한편, 이 여사는 올해 봄부터 노환으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의 분향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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