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중남미 '反화웨이 전선' 이탈하나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6.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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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줄지어… '중남미 트럼프' 보우소나루 마저 실리적 입장 취해

편집자주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 1, 2위 대국 간의 패권 냉전이 기술 분야로 확전되며 화웨이에서 대충돌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과, 이에 맞선 중국의 압력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MT리포트] 중남미 '反화웨이 전선' 이탈하나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을 이탈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지층 이탈·경제성장 둔화 등을 고려해 화웨이에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아미우톤 모우랑 브라질 부통령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화웨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화웨이는 브라질에서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관한 불신은 없으며, 브라질은 필요한 5G 기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중남미 우방으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인사차 백악관을 방문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직접 화웨이 5G(5세대) 기술을 도입하지 말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부통령의 발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경제면에 있어 실리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FT는 지지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분석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농민이고, 중국은 브라질 농산물의 주요 수입국이다. 2017년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액은 480억달러(약 56조8900억원)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중국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농민이 타격을 입고, 이는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브라질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칠레 등 다른 중남미 국가도 미국의 화웨이 봉쇄 요구에 난감해 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 선전을 방문, 량화 화웨이 순환회장을 만나 칠레의 5G 기술·광케이블 프로젝트 관련 "화웨이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르네스트 피에드라스 멕시코 싱크탱크 경쟁정보자문유닛의 위원장은 "멕시코의 통신 네트워크는 화웨이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멕시코의 통신망은 아메리카 모빌과 AT&T가 차지하고 있지만, 망을 구축하는 기기 중 대다수는 화웨이 것을 사용한다. 이는 두 회사가 멕시코 현지 네트워크를 인수하면서 정착했는데, 현지 네트워크 대부분이 화웨이 기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피에드라스 위원장은 "미국의 봉쇄 전략은 전 세계에 5G 기술 도입을 10~14개월 늦출 것이며, 멕시코엔 2023년까지 도입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글로벌 통신회사에 다니는 익명의 임원 역시 "화웨이가 자국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오는 10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FT는 중남미에서 화웨이와 대적할만한 미국 통신장비업체는 없으며, 삼성·에릭슨·노키아 등 다른 대안은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이들 국가로서는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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