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화웨이 살리기' 팔 걷어붙인 中, 통할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6.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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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블랙리스트, 기술안보관리목록 이어 관련 기업들 면담…화웨이 비중 감안한 중국의 절박감 반영

편집자주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 1, 2위 대국 간의 패권 냉전이 기술 분야로 확전되며 화웨이에서 대충돌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과, 이에 맞선 중국의 압력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과 중국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개발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AFPBBNews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과 중국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개발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AFPBBNews


중국 정부가 '화웨이'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정부의 행정 명령에 따라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거래 중단 기업들에 미국에 협조하지 말 것을 종용하기 시작한 것.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중국 첨단 산업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화웨이의 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런정페이 "싸울수록 더 강해질 것"…정말?=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외국산 제품 역시 화웨이가 쓸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인해 인텔과 퀄컴이 반도체 칩 공급을 멈췄고, 지난달 20일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접근을 막았다. ARM은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 했음에도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런 회장은 지난달 26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중에 우리 제품을 사려고 한다 해도 팔지 않을 것이다.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미국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싸울수록 더 강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화웨이는 확보해둔 부품 제고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스마트폰 운영체제(OS)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시장조사업체 CL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부품은 6개월치 생산분을,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부품은 9~12개월치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미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국가 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도 화웨이의 든든한 배경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1일 올해 안에 정식으로 5G 통신 사업 허가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5G 상용화에 따른 중국 내 매출만 2022년께 1조9000억위안(3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의 이런 자신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체 반도체 및 부품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도 결국 미국 등 서구의 주요 기업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화웨이는 '용의 머리'" 중국의 절박감= 중국 정부가 '화웨이 살리기'에 나선 것도 다급함과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그냥 두고 볼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1일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 등에 대해 사실상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만들어 리스트를 작성중에 있다. 거래 중단 등으로 화웨이 피해를 준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어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기술안보 관리 목록'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조만간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8일 보도했다. 화웨이 공격이 국가 기술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때는 역시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4~5일 마이크로소프트(MS), 델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한국의 삼성,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의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dire consequences)를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날 이와 관련해 "(중국 측에서) 한국 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업을 면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스(MTS)과 중국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개발 협약 체결식에는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화웨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회사가 중국 첨단기술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미국이 '용의 머리'인 화웨이를 타격함에 따라 (화웨이의 본사가 있는) 중국 첨단기술의 허브인 선전시가 무역 전쟁의 주요 전장이 됐다"고 보도했다. 선전시 정부의 정책 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한 공무원은 SCMP에 "핵심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첨단 기술산업의 리더이자 중심이며, 가치 체인의 최상부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회사다"면서 "화웨이는 우리 용의 머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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