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한방에 600만원" 실손보험금 줄줄…전무후무 소송전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06.13 05:45
글자크기

보험업계 "실제 치료비 지급한 보험사가 환수해야"…보험사vs환자 간 추가 분쟁 우려도

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보험업계가 전무후무한 '가짜약' 치료비 환수 소송으로 뒤숭숭하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알려진 인보사에 보험금으로 부당지급된 의료비를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일부 환자들도 소송에 나선 터라 보험사와 환자 간 분쟁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96,300원 ▼4,700 -4.65%), 삼성화재 (309,000원 ▲2,000 +0.65%), KB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등 10개 손해보험사는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인보사 판매대금 환수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했다. 보험사들이 가짜약에 대한 치료비를 돌려달라며 대규모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보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주사치료제다. 의료기관이 처방하면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라면 이 비용을 보험사에 청구해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 받는다. 한 대에 600만~800만원에 달하는 인보사 처방으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이 3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중복치료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사들이 소송에 나선 것은 실손보험으로 인보사 치료를 받았다면 실제 치료비를 지급한 보험사가 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600만원짜리 인보사 주사를 맞으면서 실제로는 자기부담금인 100만원만 내고 500만원은 보험금으로 돌려받았는데, 코오롱으로부터 다시 500만원을 돌려받으면 이는 초과 이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환자들이 코오롱을 상대로 치료비 반환소송 제기했는데 값비싼 비급여 치료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실손보험 가입자로 추정된다"며 "승소 시 환자들이 보험사에 환급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제 지급한 곳에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없이 본인이 전액 부담한 환자는 치료비를 모두 되돌려 받는 것이 맞지만 실손보험 가입자라면 자기부담금만 돌려받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보사 처방을 받은 환자의 전체 리스트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환자들이 보험금을 돌려받은 후 이를 확인해 주지 않을 경우 보험사로서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서둘러 소송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환자들이 보험금에 대한 초과 이익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그동안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보험금이 보험사로 환수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칫 보험사와 환자 간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원칙 중 하나는 '손익상계'로 손해도, 이익도 보지 않고 실제 손해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정액을 지급하는 보험이라면 환수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실손보험이기 때문에 실제 돈을 지급한 사람한테 주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