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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스타트업 늦둥이, '항구'에 주목한 이유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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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조맹섭 마도로스 대표…"놀고, 먹고, 잘 수 있는 젊은 항구 만들고 싶어"

조맹섭 마도로스 대표. /사진=마도로스조맹섭 마도로스 대표. /사진=마도로스




"항구는 재미가 없다고 하죠. 마땅한 즐길거리도 없고 그저그런 횟집만 있는 데다 숙박도 불편하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다듬는다면 항구야말로 아름다운 경관과 배낚시 등 해양레저산업 잠재력이 풍부한 곳입니다. 관광·레저의 새로운 혁신도 항구에서 가능해요."

'항구 디자이너'를 꿈꾸는 조맹섭 마도로스 대표(41)의 말이다. 그가 이끄는 마도로스는 바다낚시를 즐기고 싶은 사람과 낚시배를 연결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낚시는 '아저씨들이나 즐기는 불편한 취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2030 젊은층 사이에서 색다른 체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흔은 출사표를 던지기엔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지만, 사실 조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잔뼈가 굵은 '중고신인'이다. 30대 이른 나이에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 성공의 단맛과 실패의 쓴맛을 모두 겪었다.



대학 졸업 후 인터넷쇼핑몰을 만들어 당시로는 파격적인 동영상마케팅을 선보이며 나름 성공을 맛본 그는 한 이커머스 업체의 창립멤버로 참여하며 스타트업에 발을 들였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공룡으로 자리잡은 위메프다. 브랜드마케팅 총괄을 맡아 자신이 자랑하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위메프 성장에 일조했다. 이후 여행수요 성장세에 맞춰 위메프 여행 카테고리를 맡아 키우며 회사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큰 성공만큼이나 실패의 골짜기도 깊었다. 2015년 한국형 유니콘으로 불리던 옐로모바일의 삼고초려를 받아 호기롭게 옐로트래블의 대표를 맡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위메프에서의 여행사업 경험을 발판 삼아 다양한 여행기업을 인수합병하며 시너지효과를 꾀했지만 기대만큼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여행박사를 인수하는 등 종합여행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보였지만, 이내 적자를 거듭하며 회사를 정리해야 했다. 조 대표는 "빚만 수십 억에 달할 만큼 타격이 컸다"며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마도로스가 직접 운영 중인 배 낚시 선박. /사진=마도로스마도로스가 직접 운영 중인 배 낚시 선박. /사진=마도로스
전공분야인 이커머스 업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재기를 위해 선택한 것은 여행업이었다.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미련이 남아서는 아니다. 배낚시와 해양레저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국내 낚시 인구가 800만에 달할 만큼 시장이 큰데 제대로된 시스템이 전무했다"며 "아무래도 이커머스 경험이 풍부하니 이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마도로스를 설립한 뒤 카드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영 배를 사들여 젊은 감각을 덧씌웠다. 제휴 선박을 찾기 위해 전국 어촌을 찾았고 바다에서만 살아온 평균연령 60대의 선주와 선원들을 설득했다. 조 대표는 "어촌은 항상 외면받는 곳이었고 미래와 고용에 대한 불안이 컸다"며 "젊은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비전과 정규직 고용을 제시해 우직한 바다사나이들의 마음을 샀다"고 말했다.


성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017년 플랫폼을 오픈한 뒤 지금까지 4만 명에 달하는 이용객들이 낚시를 체험했다. 20대 연인, 친구나 어린이를 동반한 30대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은데, 직영 선박의 경우 이용객 절반이 여성일 정도다. 간편한 결제시스템과 청결한 환경, 색다른 인테리어가 젊은층의 마음을 샀다는 뜻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제휴 선박이 300척에 달하고 인천, 제주 등지에서 운영 중인 직영 배도 18척이나 된다.

조 대표는 배낚시 콘텐츠를 넘어 해양·항구 관광으로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이다. 그는 "전국에 아름다운 항구가 100여개 정도 되는데, 이 곳들에 배낚시를 즐긴 뒤 잡은 고기를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레스토랑과 안락한 숙소를 조성하고 싶다"며 "젊은이들이 놀고, 먹고, 잘 수 있는 항구를 마련해 항구 중심의 해양레저산업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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