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K-바이오 혁신거점?" 규제 발묶인 병원들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김근희 기자 2019.06.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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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창업시대]②연구중심병원 특허·기술이전 사례 증가…"기술사업화 위해 규제완화 절실"

편집자주 국내 병원과 의과대학이 ‘혁신’을 입기 시작했다. 바이오벤처를 창업하는 의사가 늘고 성공스토리도 하나둘 나온다. 의대도 창업교육과정을 신설하며 기업가정신 DNA 심기에 나섰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에 4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인력과 자금, 인프라까지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MT리포트]"K-바이오 혁신거점?" 규제 발묶인 병원들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병원은 바이오헬스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최근 정부도 병원을 바이오헬스 생태계의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병원이 가진 아이디어를 활용해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병원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병원=비영리법인'이라는 규제 속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술 사업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병원이 가진 연구개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연구하는 병원들…특허·기술이전 매년 증가 = 과거 병원은 진료중심의 사업에만 매진했다면 최근에는 환자와 관련된 임상지식을 활용해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처음 생긴 2013년 연구중심병원 특허 건수는 547건이었으나 2018년 1263건으로 130% 증가했다.



연구중심병원이란 진료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첨단 의료기술을 개발·사업화해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병원이다. 현재 복지부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0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연구중심병원에서 상업성을 인정 받아 기술이전된 연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3년 65건이었던 기술이전 건수는 2015년 93건, 2017년 166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201건을 기록했다.

조경미 보건산업진흥원 산업생태계조성팀장은 "연구중심병원 등의 노력에 힘입어 특허, 기술이전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병원 중심의 바이오헬스 산업 연구성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병원 아이디어 '그림의 떡'…병원 연구개발 선순환 구조 마련돼야 = 병원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있어도 그 기술을 실용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의료법상 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세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법인과 산학협력이 원활한 대학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이다. 대학병원은 학교법인 내 산합협력단을 활용해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회사의 경우 송해룡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세운 '오스힐', 서재홍 고대구로병원 교수가 창업한 '테라캔' 등 11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단은 지주회사의 수익 사용범위가 제한돼 있어 병원으로 재투자할 수 없다. 기술 사업화에 성공하더라도 그 수익이 병원으로 돌아와 다시 연구에 투자되는 길은 원천적으로 막혀있다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재단·사회복지법인 소속 병원은 산학협력단을 활용한 우회창업 조차 불가능하다. 재단·사회복지법인 소속 병원은 국내 타 법인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상속증여세법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재단·사회복지법인 소속 병원 의사들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김종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병리과 교수)는 "병원이 스스로 성과를 창출하고 얻어진 성과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막혀있다"며 "병원에서의 연구성과가 '장롱특허'에 머물지 않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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