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팎에서 몰아치는 강한 압박이 삼성을 옥죄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사안 하나하나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그룹 운명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라며 "'마하경영'을 신조로 받들던 경영진마저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하경영이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한계를 돌파하는 경영을 말한다.
반(反)화웨이 사태로 비화한 미중 무역갈등부터 그동안 삼성이 고민해보지 못한 문제다. 사안 자체의 심각성도 전례를 찾기 쉽지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태 추이가 경영진을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의 경우 미국 애플·AT&T·버라이즌,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함께 화웨이가 5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업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화웨이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규모가 연간 12조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단순한 '편들기'를 넘어 세계적인 반화웨이 공조가 반도체 시장에 몰고올 파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난제다.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공급하던 물량이 저가로 풀리면 올 들어 재고 누적으로 불붙은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D램 가격은 올 들어서만 48.3%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건은 삼성 입장에서 양자택일 이상의 문제"라며 "삼성 내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수백조원대의 투자 집행 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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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으로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상황이 최근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도 사태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부터 속도가 붙은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이 부회장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하반기로 넘어간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상황이 정리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안팎의 난제가 얽히면서 내부 조직에선 사기 저하를 넘어 동력 상실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2년 넘게 이어진 사정 정국에서 눈치만 늘어난 임직원들에게 혁신과 창의성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자조와 탄식을 듣는 게 어렵지 않다.
한 재계 인사는 "지난 1일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던 이 부회장과 반도체 부문 사장단 주말 회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선 게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