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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팔로워 흥분시킨 ‘얼굴 페인팅’…“파괴와 엽기 미학 보실래요?”

머니투데이 부산=김고금평 기자 2019.06.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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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트부산’에서 만난 ‘일루전 아티스트’ 윤다인 작가…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바디페인팅의 독창적 미학

'아트부산 2019'에서 만난 '일루전 아티스트' 윤다인 작가. 그는 얼굴 페인팅으로 입체적 회화를 구사하고 엽기와 파괴 같은 장치로 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br>
'아트부산 2019'에서 만난 '일루전 아티스트' 윤다인 작가. 그는 얼굴 페인팅으로 입체적 회화를 구사하고 엽기와 파괴 같은 장치로 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부산 벡스코 전시장 입구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죄다 빼앗는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몇몇은 입을 크게 벌리며 “우와”하고 탄성을 내질렀고, 몇몇은 “엽기적”이라며 얼굴을 돌렸다. 극과 극의 평가가 맞선 상황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확실히 각인됐다.

‘일루전 아티스트’ 윤다인(26)이 전시장 내 자신의 부스로 가는 길목은 포토의 대향연이자, 교감의 과정이었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아, 그분 맞죠?”하는 관람객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작품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에 직접 그려 주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부담스럽거나 창피하지 않다”고 웃었다.



윤다인 작가. /사진제공=윤다인윤다인 작가. /사진제공=윤다인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실기 수석으로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를 나온 그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먼저 알려진 ‘역수입’ 인기 작가다. 자칫 국내에서 기괴함이나 엽기적 표현으로 외면받을 뻔한 창작이 외국에서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는 찬사를 얻고 국내 미술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의 몸, 특히 얼굴을 페인팅으로 ‘실험’한다.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하는 것을 넘어 3차원적 공간 형태로 눈코입의 형태를 망가뜨리거나 배열을 파괴한다.

얼굴 안에서 트랜스포머 과정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할까. 때론 눈을 5개로 배열해 착시(일루전) 현상을 유발하고, 손톱에 얼굴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붙여 재미있거나 엽기적이거나 공포스러운 미학의 정점을 달리기도 한다.

“대학 때부터 이런 작업을 했는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슈 돼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됐어요. 처음에 한 작업은 모델의 목과 어깨에 얼굴을 그려 착시효과를 낸 거였는데, 하다 보니 저한테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번째 전시인 ‘아트부산 2019’에선 처음으로 조형물을 들고 나왔다. 바디페인팅을 판화 위주로 만들어 입체각이 더욱 또렷하다. 바디페인팅 작업은 최소 3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 고된 작업을 하는 이유로 그는 ‘재미’를 첫손에 꼽았다.

윤다인 작가가 '아트부산'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조형물을 전시했다. 빈 공간의 서랍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얼굴과 매치한 일루전(착시) 작품이다. /부산=김고금평 기자<br>
윤다인 작가가 '아트부산'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조형물을 전시했다. 빈 공간의 서랍을 입체적으로 조각해 얼굴과 매치한 일루전(착시) 작품이다. /부산=김고금평 기자
“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했을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바디페인팅의 장점은 ‘순간’에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일루전의 본질과 잘 맞아떨어지죠. 유화나 조형물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할 수 있지만, 바디페인팅은 오로지 그 ‘순간’만을 최대한 즐길 수 있거든요.”

‘순간의 미학’을 위해 파격적 구상(때론 엽기적)을 주요 재료로 쓰는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내 그림을 보는 분들이 상식의 선을 넘는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며 “초등학교 때 만화책이나 영화도 공포물만 봤다”고 웃었다.

“어릴 때부터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할 일은 게임 아니면 딴생각뿐이었죠. 감정적으로도 민감했고요. 잡생각이 많다 보면 커피 한잔 먹을 때도 컵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생겨요. 그런 훈련 때문인지 예술이라는 창작 활동에는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윤다인 작가의 손톱 일루전 작품. 손톱에 얼굴 그림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잘라 붙였다. /사진제공=윤다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윤다인 작가의 손톱 일루전 작품. 손톱에 얼굴 그림을 그리고 머리카락을 잘라 붙였다. /사진제공=윤다인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50만명을 보유한 그에게 자주 던져지는 질문은 “(작품이) 판타지인가요, 실재인가요”다. 그는 확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가 사는 인생의 변주일 수 있다”고만 했다.

“혹독한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을 때 판타지를 찾고 싶을 수도 있을 테고, (엽기적이거나 착시적인) 판타지를 통해 힘든 현실을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얼굴이라는 캔버스에 빈 서랍을 배경으로 쓴 것도 채워야 하는 현실에서 공간의 의미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윤 작가는 자신의 모든 작품이 ‘일루전’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강렬하고 파괴적인 ‘보이는’ 페인팅 뒤로 ‘숨은’ 실재(본질)가 숨바꼭질처럼 보이는 듯 마는 듯했다.


얼굴은 하나인데,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할까. 젊은 작가에게 크게 한 수 배운 ‘각성의 순간’이었다.

윤다인 작가의 일루전 작품들. /부산=김고금평 기자<br>
윤다인 작가의 일루전 작품들. /부산=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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