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부터 면세점까지…새로운 콘텐츠로 韓관광 2.0 꿈꾼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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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제5회 관광포럼 K-樂]글로벌로 나아가는 한국관광…관광산업 질적개선을 위한 열띤 토론 자리

DMZ부터 면세점까지…새로운 콘텐츠로 韓관광 2.0 꿈꾼다


침체됐던 한국 관광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관광산업이 주목받는 것이다.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관광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18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6년(1724만)을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리만의 스토리가 담긴 색다른 관광콘텐츠 개발과 방한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 확충이 선결과제로 꼽힌다.

'한반도 평화관광'은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다. 지난해부터 무르익기 시작한 남북화해 분위기의 결과물이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비무장지대)가 '평화관광 1번지'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국제정세에 민감하고 관광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성을 갖춘 한국 고유 관광콘텐츠로 자리매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신한류' 바람과 함께 쇼핑은 경쟁력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기 관광콘텐츠다. 특히 올해는 매출 2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하지만 매출 대부분을 '다이궁'(代工, 대리구매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5일 머니투데이와 한국관광공사가 서울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주최하는 '제5회 관광포럼 K-樂'은 한국관광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자리다. 포럼에 모인 관광 전문가들은 한국관광의 질적 개선을 위해 1세션에서는 DMZ 평화관광의 개선과제를 점검하고 2부에선 쇼핑과 면세시장이 진정한 관광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는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의 모습. 정부는 지난 4월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지난 6월1일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의 모습. 정부는 지난 4월27일 고성 구간을 1차로 개방한 데 이어 지난 6월1일 철원 구간을 민간에 개방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분단의 상징 DMZ, "평화관광 1번지로"


DMZ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서쪽 강화도에서부터 동쪽 강원 고성군까지 총 248km에 걸쳐 한반도 국토 중앙에 동서로 늘어선 DMZ 접경지역은 30만 년 전 고인류 공동역사유적부터 사찰과 석탑 등 다양한 역사 유적지가 분포해 있다. 국토 최북단인 만큼, 임진각과 판문점 등 반 세기가 넘은 6·25 전쟁의 단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안보자원도 풍부하다.

전쟁의 상흔을 자연의 생명력으로만 극복한 생태계의 보고로도 유명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70여년 동안 마치 상처가 치유하듯 자연 스스로 복원을 마쳤다. 철새도래지와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등 멸종위기 동물 서식지 등 다수의 청정자연자원이 분포돼 있다. 갯벌, 해안절벽 등 해양자연자원과 한탄강과 임진강 등 자연자원이 어우러져 경관도 빼어나다.

정부는 이 같은 DMZ 접경지역의 관광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DMZ 평화의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관광 콘텐츠를 구상했다. 색다른 관광콘텐츠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소개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 남북한의 화해를 상징하는 콘텐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DMZ 관광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양한 가치를 경험하길 원하는 관광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1세션 발표를 맡은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DMZ관광은 철책, 땅굴, 전망대 등 주요 안보관광 자원을 '보는' 형태로 구성됐다"며 "DMZ 뿐 아니라 접경지역의 다양한 생태와 문화, 역사 자원의 체험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공감하고 평화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광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 트렌드가 확산하는 만큼, 안보 외에도 공연이나 휴식 등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접경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스포츠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차별화된 관광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했다.

DMZ가 가진 역사를 보존하고 생태자원을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토론 패널로 참가하는 이동미 여행작가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예로 들며 "전쟁이라는 어두운 역사도 우리가 품고 전달해야 할 기억"이라며 "철원 노동당사나 폐 군사시설, 땅굴 등을 보존해 '다크 투어리즘'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DMZ의 생태적 가치의 훼손을 막기 위한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김상태 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MZ 관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DMZ 관광과 관련된 지자체가 10개에 달하고 관여 부처도 다양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늘어선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늘어선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 /사진=머니투데이DB
반쪽짜리 면세점...韓관광 허브 콘텐츠 가능할까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보복조치로 유커(중국인 단체여행객)가 종적을 감추며 한국 관광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한류를 기반으로 한 우리 관광의 주요 콘텐츠인 쇼핑 부문의 피해 역시 컸다. 하지만 면세점은 달랐다. 여전히 '한한령' 족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우리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9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20조원 매출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확대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관광수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문이 쇼핑관광이라는 점에서 면세점의 높은 성장세는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걱정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면세점 매출 비중의 대부분이 관광객이 아닌 중국 다이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면세업계과 한국 관광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이궁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세션 발표자로 나서는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다이궁 시장이 축소될 우려가 있고 전 세계적 면세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면세점이라는 플랫폼에 의료와 외식, 뷰티 등 한류 콘텐츠를 섞어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궁과 함께 중국 개별여행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쇼핑관광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동남아 등 최근 방한 관광시장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인바운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세션 발표를 맡은 김현주 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중국 2030 여성층이 쇼핑관광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 등 뷰티 제품에 구매력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 이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행트렌드로 각광받는 체험소비를 면세를 비롯한 쇼핑관광 상품으로 적극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프랑스와 일본은 자국의 대표 문화상품인 향수와 기모노 등을 직접 체험해보는 고부가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지역 특산품이나 전통음식 등 체험요소가 결합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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