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BTS 배우자"…'딴따라' 아닌 '리더'된 대중문화人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9.06.0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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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한류 올라탄 정치권]②한류 '성공요인' 분석하고, 이슈로 띄우는 정치권

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2일 오전 3시 30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영국 첫 날 공연을 펼친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뉴스1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후 7시 30분(한국시각 2일 오전 3시 30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영국 첫 날 공연을 펼친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뉴스1




"나는 '딴따라'가 아니다. 종합 예술의 한가운데에 있는 영화인이다."

생전 국회의원도 지낸 배우 고(故) 신성일은 타계 1년 전인 2017년 이같은 말을 남겼다. 고인이 일생 동안 들었던 직업적 평가가 압축된 말이었다.



한류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면서 ‘딴따라’로 비하받던 연예인 등 대중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달라진지는 오래다. 정치권도 이들을 ‘딴따라’가 아니라 배움의 대상, 사회적 문제를 지적할 오피니언 리더 등으로서 지켜보고 있다.

한국 가수는 물론 아시안 가수 최초로 팝의 고장인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메인차트 1위를 일궈낸 방탄소년단(BTS)을 보는 눈길이 그렇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5년 이미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뮤직어워즈(BMA)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데 이어 3년 연속 BMA에서 상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일찌감치 분석하고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이 배워야할 방탄소년단의 성공비결 5가지’라는 보고서를 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보고서는 “아이돌은 정치인”이라며 아이돌과 정치인의 공통점을 앞세우면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한국당이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방탄소년단이 멤버들이 직접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에 힘쓰고 대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팬덤을 키워갔다는 점이나 대중에게 공감을 얻는 노랫말을 앞세웠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편으로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정치권에서 사회적 메시지나 각 정당의 입장을 환기하는 장치로도 쓰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머니투데이DB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달 25일(현지시간)열린 프랑스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정치권에서 이어진 축하 릴레이가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과 비롯해 주요 정당들이 축하 메시지를 내며 각자의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기생충’이 부의 양극화를 다룬 내용인 데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시간을 준수해서 만들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에 인용됐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봉 감독의 수상 다음날인 2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생충은 우리 사회 부의 양극화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며 “양극화 문제가 전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도 “영화 ‘기생충’이 근로시간을 모두 준수해서 만들었다고 한다”며 “영화계 노동현장이 매우 열악하고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영화계의 현실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한류를 말하는 정치권에 대해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불거진 ‘방탄소년단 병역특례법’에 대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의 반발이 단적인 예다. 당시 국방위원회 소속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 분야 ‘세계 1위’ 청년들의 병역 의무를 면제하자며 관련 법 발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아미’들은 관련 기사마다 “괜히 방탄소년단을 예시로 들어서 엮지 말라”는 취지의 항의 댓글들을 달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장치가 대중문화이기도 하고 시대에 잘 조응한다는 인식도 줄 수 있어서 정치권에서 한류의 성과가 언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같은 관심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일시적인 관심끌기나 정략 차원에서 접근된다면 불신을 한층 더 키우는 부작용을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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