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얼마나 재밌길래?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스포일러를 걷어내고 영화 '기생충'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줄게.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배우들이 기자간담회에서 풀어놓은 영화 얘기들도 들을 수 있으니 집중하라구.
이 네 식구는 유명한 건축가가 지었다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지. 이 넓디넓은 집의 살림은 유능한 가정부가 도맡아 하고, 아이들 교육은 화려한 스펙의 과외교사를 고용해 해결하고 있어. 차고엔 벤츠가 주차돼 있고 지하실엔 온갖 먹을거리와 생활용품들이 저장돼 있지. 잔디가 깔린 정원이 어찌나 넓은지 테이블을 열몇개씩 깔고 친구들과 파티를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야.
갤러리 아니고 박사장네 집.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햇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통로인 창문으로는 취객의 오줌세례가 날아오기 일쑤야. 가족 모두가 백수라 돈이 없어 이웃집 와이파이을 몰래 훔쳐 쓰고, 다같이 둘러앉아 피자 박스 접기 부업을 하지. 지금 당장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네 식구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다는 거.
기택네 4식구가 벽에 곰팡이가 슬어있는 거실에 둘러앉아 피자 박스 접기 알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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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리즘이란 이런 것?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봉테일'의 집 이야기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낸 이야기"이기에 부잣집 박사장네와 가난한 집 기택네 집을 진짜 사람 사는 집처럼 꾸미는 게 중요했다고 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공감할 거야.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박사장네와 기택네 집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인지. 영화를 보고 온 머플러의 두 기자 역시 누군가가 2, 30년은 살던 집을 섭외해서 촬영한 줄 알았을 정도로 정말 리얼, 그 자체였어.
하지만 여기서 반전 하나. 봉준호 감독이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한 바에 따르면 박사장네와 기택네 집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집이 아니라 제작진이 100% 만들고 지은 세트였대. 관객들도 감쪽같이 속고 심지어 제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도 '어디서 이런 집을 찾았냐'고 놀랄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 공간들이 다 세트였다는 거.
신나서 세트 자랑하다가 '셀프 스포'를 하고 만 봉준호 감독이 기자들에게 "이 부분은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 영화 내용을 풀어낼 만큼 자랑스레 소개한 부잣집과 가난한 집의 매우 잘 만들어진 세트 덕분에 두 가족의 대비되는 모습과 영화 속 사건들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어. 현실적인 이야기가 더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지.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서 더 우울해지고 슬퍼졌던 건? 아무래도 관객들의 대부분이 박사장보다는 기택네 가족에 더 공감할 수 밖에 없고, 영화는 끝났어도 우리들의 현실은 계속된다는 게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