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실패?"...인터넷은행 회의론 커지나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2019.05.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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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재추진해도 제도적 보완 없인 달라질게 없다" 지적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예비인가를 탈락시켰다./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의 예비인가를 탈락시켰다./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한 결과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얘기다. 금융권에서 가장 가능성이 낮게 봤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결과다.



정부는 3분기 중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도적 변화 없이는 3분기에 달라질게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3월말 신청접수 때 예고된 실패?=정부가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법만 통과되면 금융권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처럼 홍보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시대에 걸맞지 않다며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법 통과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9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인터넷은행 소유를 허용한 은산분리 완화가 시행되면서 네이버, 인터파크, 키움증권, 토스 등 다수의 후보들이 거론됐지만 지난 3월말 마감한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는 초라했다.

신청자는 키움뱅크, 토스뱅크, 애니스마트은행 등 3곳 뿐이었다. 애니스마트은행은 사실상 허수였고 네이버, 인터파크 등 기대를 모았던 ICT 기업은 신청서조차 내지 않았다. 주요 ICT 기업들은 현재 수준의 인터넷은행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는 의미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만이 본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금융권에선 신청 당시부터 두 곳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키움뱅크’는 증권사(키움증권)에 은행 추가해주는게 무슨 혁신이냐는 지적이 나왔고 ‘토스뱅크’는 과연 은행업을 할 수 있는 자본력이 있느냐는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그리고 두 곳은 정확히 그 이유로 탈락했다.


◇3분기엔 달라질까, 인터넷은행 회의론 확산=정부는 3분기에 다시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받아 4분기에 예비인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탈락한 키움과 토스도 재도전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자의 신청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새로운 신청자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지난 3월 신청 접수 때와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차례 불가 판정을 받은 키움과 토스의 재시험장 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추가 인터넷은행의 흥행을 위해선 인터넷은행법 개정, 인터넷은행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은행법은 ‘최근 3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엔 한도초과보유(지분 10% 이상) 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걸려 케이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는 여전히 두 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하고 있다.

수주산업인 ICT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 규정은 ICT기업의 인터넷은행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2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지만 연내 개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인터넷은행의 본격적 영업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활용 등은 여전히 규제에 막혀 있다. 새로운 ICT 기업들이 참여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금융권에선 이번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실패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가능성도 나온다. 굳이 혁신성과 자본력이 부족해서 탈락한 두 곳을 재심사해서 인가를 내줘야 할 만큼 인터넷은행이 더 필요하냐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인터넷은행은 IT기업은 혁신적이라는 전제인데 은행업에 기대하는 혁신성이 무엇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하반기에 신청받는다고 하지만 누가 신청하겠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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