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의 뚝심, 25년만에 '황금종려상' 결실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5.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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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부회장, 95년 드림웍스 시작으로 글로벌 영화사업 본격 투자…2014년 '블랙리스트'로 정치풍파 겪기도

이미경 CJ 부회장. /사진=뉴스1이미경 CJ 부회장. /사진=뉴스1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무대의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었다. 하지만 무대 밖에서 이번 수상 소식에 가장 벅찬 감격을 느낀 사람은 단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CJ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영화의 글로벌 도전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괴물' '마더'의 책임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봉 감독과의 개인적 인연도 깊다. 이 부회장은 특히 5년 만에 칸을 찾아 기생충의 수상과 세일즈를 적극 지원하는 열정을 보였다. 다른 일정을 소화하느라 폐막식에는 참석하진 못했지만, 수상 소식을 매우 반겼다는 후문이다.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 도전이 25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6일 CJ ENM (76,000원 ▼1,700 -2.19%)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투자·배급사로 지난해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626원 ▼3 -0.48%)와 125억원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생충은 192개국에 선 판매되며 '아가씨'(176개국)를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해외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가운데 흥행 기대감도 높아졌다.



기생충의 수상과 관련, CJ그룹의 한국영화 해외진출에 대한 노력이 마침내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1990년대부터 해외에서도 통하는 한국영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CJ는 기존 사업과 전혀 접점이 없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을 주력 사업 분야로 결정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바 '문화사업'으로, 영화는 이러한 CJ그룹 문화영토 확장의 최전선이었다.

영화사업을 이끈 주역은 이 부회장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인 삼성아메리카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립한 영화사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었다. 1995년 이재현 회장과 함께 3억 달러를 투자해 아시아 배급권(일본 제외)을 따내며 본격적인 영화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CJ 그룹의 영화에 대한 투자는 각별했다. 1998년 강변 테크노마트에 국내 첫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를 선보이며 영화관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국내 영화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2000년에는 영화배급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화 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잇따라 포기하던 시점에 과감한 시도에 나선 것이다.


오랜 부침과 적자에도 불구, 뚝심있게 영화 투자를 지속한 CJ는 영화사업은 2009년 영화 '해운대'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첫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09년과 2010년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며 국내영화의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직접배급 사업을 시작하고 영화 '설국열차'가 전 세계 167개국에 판매되며 신기록을 세우는 등 연이은 성과가 이어졌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이 부회장이 정치적 풍파를 겪어야했다.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로부터 낙인 찍혀 퇴진을 종용받았다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생충의 공식 상영에 참석하는 등 5년 만에 칸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진을 겪은 CJ ENM의 영화 부문에 새 숨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엔딩 크레딧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이 결과 기생충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한국 영화로 선정됐다. CJ 그룹이 영화로 해외진출을 선언한 지 딱 25년 만의 결실이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으로 화려한 컴백을 전 세계에 알린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 영화산업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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