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盧 10주기, 부시 초청에 양정철 있었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이지윤 기자 2019.05.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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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양 원장, 지난해 '부시 친구' 류진 풍산회장에 요청…부시 "가겠다"

(왼쪽부터)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 류진 풍산그룹 회장/머니투데이(왼쪽부터)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 류진 풍산그룹 회장/머니투데이


"저의 또다른 벗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초대에도 감사합니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온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류진 풍산회장을 말했다. 류 회장은 미국내 인맥이 두터운 걸로 정평이 났지만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숨은 주역이었다.

26일 더불어민주당과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부시 방한은 지난해 12월 결정됐다. 양 원장은 당시도 공직을 맡지않은 '야인'이었지만 다가올 10주기 추도식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고인과 동시대에 외교를 함께 했던 해외정상, 그 중에서도 부시 전 대통령에 생각이 닿았다. 그가 참석할 경우 추도식의 격을 한층 높이는 극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다.



양 원장은 부시 일가와 친분이 깊은 류진 회장을 떠올렸다. 양 원장 뜻에 동의한 류 회장이 움직였다.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겠다"는 답을 들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부시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참석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오시면 저희도 좋겠다' 해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반전이 남아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초상화 선물을 제안했다. 양 전 비서관이든 재단에서든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다. 유시민 재단 이사장이 취임하고 10주기 추도식 준비가 본격화했다. 부시 방한계획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양비'가 부시 떠올린 이유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노 대통령 생전에 편견과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관계와 외교정책이 대표적인 분야다. 참여정부는 한미관계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동맹 균열' '반미 정부'와 같은 부정적 프레임을 벗기 어려웠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2009년 재임, 2003~2007년 재임한 노 전 대통령과 5년이 겹친다. 노무현-부시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북 접근법 등을 둘러싸고 이견도 보였다. 그러나 한미동맹 발전 등 큰 명제에서 벗어나진 않았다는 게 참여정부 인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양 원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추도식에 참석한다면 이 '오해'와 '편견'을 깰 수 있다고 봤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였다며 "우리는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 우리는 이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과 유족 측도 손님을 예우했다. 노건호씨는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항상 조지 부시 대통령님의 지적능력과 전략적 판단에 감탄했다"며 "짚어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전략적 사안의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다며 경탄하시던 것을 제게 개인적으로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했다.

양 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부시 초청 과정을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옆에서 거들었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양 원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 양비(양 비서관)로 불린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정에 핵심인사다.

【서울=뉴시스】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선물하고 있다. 2019.05.23.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23일 경남 진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선물하고 있다. 2019.05.23.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풍산은 어떤 회사= 동전의 원료 '소전'과 포탄·탄환 생산 등 방위산업을 두 축으로 하는 글로벌기업이다. 류진 회장 아버지인 류찬우 창업주가 구리산업을 눈여겨보고 1968년 창업했다. 현재 세계 최고수준 구리 가공기술을 가진 걸로 평가된다. "풍산 동(銅)파이프"라는 광고도 대중의 기억에 남아있다.

소전은 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민짜 동전'이다. 풍산은 이 분야 세계점유율 절반에 가까운 업계 강자다. '노르딕 골드'라는 금빛이 인상적인 유로화 센트 동전도 풍산이 만든다.

기업이름은 '풍산 류씨'의 풍산에서 따왔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 집안이다. 류 창업주가 서애의 12세손, 그의 아들인 류진 회장이 13세손이다. 그만큼 유교적 전통에다, 조상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면 안 된다는 가풍이 강하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각종 탄환의 국산화로 자주국방에 기여한 점과 묘하게 연결된다.

류진 회장은 이런 내력에, 미국 유학을 통해 영어실력을 쌓은 데다 사업을 매개로 부시 가족을 포함한 공화당 정계와 친교 관계도 두텁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 됐다. 특히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정부에 걸쳐 활동이 두드러진다.

류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추도식 당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 배석했다. 그는 노 대통령 취임 첫해 2003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전 대통령(1924~2018) 방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진 풍산그룹 회장, 부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안보실장. 2019.05.23.    pak7130@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진 풍산그룹 회장, 부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정의용 안보실장. 2019.05.2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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