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화웨이로 바꾸자" 애국 마케팅…새우 등 터진 애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5.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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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화이팅" 웨이보 380만건 검색…골드만삭스 "中 애플 제품 금지, 실적 29% 하락"

/사진=AFP/사진=AFP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향한 고립 전략을 강화하면서 애꿎은 애플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민족 감정'에 불을 붙이며 아이폰을 이탈하는 사용자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제재가 거세지면서 중국 내 아이폰 사용자들 사이 "화웨이로 바꾸자"는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형 태양 모듈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왕 지신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무역 전쟁 기류에서 국산 브랜드를 향한 지지를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거의 10년 만에 아이폰에서 화웨이로 휴대폰을 바꾸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국영 통신회사에서 일하는 리 샘은 "대부분 회사 간부들이 화웨이를 쓰는 상황에서 아이폰을 꺼내기가 민망하다"며 "화웨이로 바꾸면 임직원에게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했다. 다만, 미 상무부는 지난 20일 화웨이가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가능케 하는 90일짜리 임시면허를 발급했다.

SCMP는 '화웨이로 전환 운동'이 19일 구글이 화웨이에 기술 지원 등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보도 이후 더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지난 20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지난 9년간 사용한 아이폰에서 '화웨이 P30 프로'로 바꾼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탄압을 받고 있다"며 "화웨이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화웨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화웨이 퇴출'을 주장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난하며 "아무리 극단적인 중국 정치 지도자도 중국 시장에서 애플이나 맥도날드를 내쫓지 않는다"며 "배넌과 같은 정치 엘리트가 미국을 파시스트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화웨이 지지", "국산제품 사용" 등의 내용을 올리며 동조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 웨이보에서 #국산 지지, 화웨이 파이팅#(#支持国货, 华为加油#)' 검색 건수는 388만번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 역시 화웨이 제재에 따른 부메랑이 애플을 향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투자은행 UBS의 투자자 메모 등을 인용해 "중국의 국가주의 정서는 종종 해외 소비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적이 있다"며 "이는 지난해 4분기 애플 아이폰 실적이 부진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량화하긴 어려우나 애플과 관련 공급책에 (이러한 정서가) 위험요소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로드 홀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역시 투자자 노트를 통해 "중국 본토에서 애플 제품이 금지될 경우, 애플의 실적이 29%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9년 회계연도 2분기 기준 애플의 매출에서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가 넘으며, 대만·홍콩 등 중화권 시장에서 애플이 벌어들인 돈은 102억2000만달러(약 12조1600억원)에 이른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이달 들어 전날(23일)까지 애플 주가는 14.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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