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도 스마트폰 칩 생산에서 ARM의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화웨이가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사용하는 자체 프로세서 '기린(Kirin)'도 ARM사의 라이선스를 받아 사용한다. 앞서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인텔·브로드컴이 거래 중단을 통보했을 때 자체 반도체를 쓰겠다고 자신했지만, ARM과의 거래가 끊기면 자체 설계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화웨이의 PC 사업도 위기다. 세계 최대 PC OS업체 MS(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온라인 스토어에서 화웨이 노트북 '메이트북' 판매를 중단했다. 외신은 "메이트북 X 프로를 비롯한 화웨이 노트북이 모두 사라졌다"며 "검색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MS는 아직 화웨이에 PC OS 윈도를 지원 중이지만 미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언제 거래가 중단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 X'
일본에서도 이통통신사 KDDI와 소프트뱅크가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P30 라이트'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24일, KDDI는 이달 말에 이 기종을 출시키로 하고 사전 예약을 받아왔으나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 이후 이를 모두 중단했다.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도 P30 라이트 사전 예약 중단을 검토 중이다.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만 5대 이동통신사인 중화텔레콤과 타이완모바일, 파이스톤, 아시아퍼시픽텔레콤, 타이완스타텔레콤도 "화웨이의 기존 스마트폰은 계속 판매하되, 신규 스마트폰 판매는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화웨이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지 각국 통신사들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판매하더라도 사후 업데이트, 관련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어서 성과를 내기 어렵고, 현 상황에서는 내수 시장인 중국을 벗어나서는 화웨이의 기기들이 원활히 판매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웨이 메이트북X 프로
화웨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중국 공식 사이트에 올린 서명을 통해 미국산 부품이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시 중단을 발표했고, 이후 화웨이에 모든 제품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진출한 국가와 지역의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 여러 업무를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적은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파나소닉도 자사 중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TSMC도 공식 성명을 내고 "화웨이의 16nm, 12nm, 7nm 칩 모두 TSMC 제품"이라며 "단지 미국 판매금지 조치 때문에 화웨이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도 "현재 인피니온이 화웨이에게 납품하는 대부분 제품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미국의 수출 통제 제한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