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까다로운 ‘김해탁공항’= 조종사들이 공항을 신설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안전성이다. 2016년 부산발전시민재단의뢰로 ㈜포커스컴퍼니가 조종사 500명을 대상으로 ‘공항 입지에 대한 조종사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안전성(장애물)이 신공항 입지 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14.7%가 ‘24시간 운영가능성’, 5%가 ‘접근성’, 3.8%가 ‘기상영향’ 등을 꼽았다.
현재 김해공항의 활주로 운영등급은 낮은 수준인 ‘CATⅡ’다. 반면 새로 지은 인천공항은 세계 최정상급인 ‘CATⅢ’다. 활주로 운영등급은 활주로의 가시거리와 결심고도를 등급화한 것으로 등급이 낮을 수록 이착륙이 까다롭다. 온라인상에서는 김해공항을 조종사들에게 악명높은 홍콩의 카이탁공항에 빗대 ‘김해탁공항’이라 부르기도 한다.
결국 이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공항 인근의 저촉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2017년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 김해공항 활주로 진입표면 장애물 6600만㎥ 절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해신공항, 장애물 그대로 둔다는 국토부...왜?=그러나 국토부는 2018년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을 내놓으며 주변 산악 장애물들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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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해발 45m), 임호산(해발 178m), 경운산(해발 377m) 등 주변 산과 김해시 지역 아파트 단지 등 저촉장애물이 존재하지만 국토부는 신설 활주로 방향을 3.4도 미세조정하면 산봉우리 절취 없이 비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부처 내에서 상이한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장은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꾸려 김해 신공항 타당성 검증을 실시했다.
지난해 10월26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6개월간 부산·울산·경남지역 광역지자체 관련분야 전문가 등 29명과 함께 검증을 실시한 결과 신설활주로 주변에 공항시설법이 규정하고 있는 장애물제한표면(OLS)과 군사기지법이 규정한 비행안전규정(AIS)에 저촉되는 장애물이 국토부가 발표한 기본계획보다 많은 70~72개소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신설활주로 주변의 저촉장애물을 축소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김해공항 인근 저촉 장애물 제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과거 저촉장애물로 인해 김해공항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건설시 저촉장애물 존치를 결정한 것이다.
사업비 부문에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장애물 절취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사업비로 경제성을 분석했다.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결과에 따르면 공항시설법 기준 6600만㎥ 절취를 위해 약 2조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 인근 산과 같은 장애물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차선책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과 무안공항 등 신공항을 건설하면서 저촉장애물을 존치한 전례도 없다. 제주 제2공항 계획시에도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
◇‘버드스트라이크’ ‘짧은활주로’ 사고 우려↑=검증단은 검증결과 신설 활주로 끝단이 겨울철새의 주요 서식지이자 이동경로여서 최대 3864개체의 조류가 출현한다며 조류충돌(Bird strike) 우려도 제시했다.
또 신설 김해공항 활주로는 국토부 설계 매뉴얼에도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비행장시설 설계매뉴얼’에 따라 최소 3700m의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김해공항 신설활주로는 3200m를 계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단장을 맡은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해신공항은 저촉 장애물 존치로 항공기 충돌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정상적인 정밀접근절차 수립 불가로 충돌 위험이 있다”며 “또 조류서식지 및 이동경로에 접해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설활주로가 기준보다 짧아 공항기능을 저하시킨다”며 “항공기 이륙중량을 제한해야 하고 부지여건상 향후 공항표준온도 상승 등에 따른 확장도 불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