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갈등이 최종구 vs 이재웅 말싸움으로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김진형 기자, 강미선 기자 2019.05.2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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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재웅 대표에 무례하다"
이 대표 "갑자기 왜 그러시나, 출마하시려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에 참석해 시중은행장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에 참석해 시중은행장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오만하다”고 작심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타다 대표가 택시업계에 내뱉고 있는 거친 언사는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라고 말했다.

또 “택시업계는 공유경제, 혁신사업의 피해를 직접 입는 계층”이라며 “이들은 기존 법과 사회질서를 지키며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인데 이들에 대해 최소한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특히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사회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이 대표는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깊어지자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타다와 택시업계간 갈등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정부 부처 수장은 아니다. 최 위원장 역시 “소관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말할 때마다 ‘정부’를 강조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가 혁신 지원에만 몰두하면 안된다”며 “소외받고 피해받는 계층을 돌보는 일도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피해를 입는 계층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사회적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 정책 책임자에게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타다 대표가) 택시업계를 걱정하는 듯 대안을 내놓는데 그런 것도 심사숙고하고 재원이 필요하다”며 “그런 고민하는 당국에 대해 비난하고 업계에 대해 거친 인사를 사용하는 건 ‘나는 달려가는데 왜 따라오지 못하느냐’는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이 느닷없이 ‘타다 논쟁’에 참전(?)한 것을 놓고 금융위 직원들 사이에서도 ‘위원장이 왜?’라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평소 혁신사업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금융위는 금융샌드박스법의 주무 부처로 금융회사와 핀테크기업들의 실험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 대표의 말과 글을 꾸준히 지켜봤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그동안 이 대표를 쭉 지켜보다가 한번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금융혁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아닌 건 아니다”라고 하는 성격인데다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직설적인 화법을 쓴다.

이 대표는 지난해말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을 사퇴하고 그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타다 퇴출’을 주장하는 택시업계를 향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혁신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잘못하면 혁신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 이재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택시시 협업 모델 '타다 프리미엄' 미디어 데이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쏘카 이재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택시시 협업 모델 '타다 프리미엄' 미디어 데이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최 위원장은 이날 “혁신사업자가 택시사업자에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는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사회 전반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등의 표현을 썼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잇따라 비판한 것도 지나치다고 생각해 왔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겨냥해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 “남탓 하지 말고 부총리 본인이 혁신성장에 전념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 대통령은 의지가 있으시던데” 등의 글을 올렸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의 홍 부총리에 대한 글과 관련해 “(혁신성장으로) 피해를 입는 계층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사회적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 정책 책임자에게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홍 부총리는 최 위원장의 행정고시 후배다. 금융위 또다른 관계자는 또 “혁신기업들은 혁신만 바라보겠지만 정부는 혁신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보듬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이 대표는 관련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어찌 되었든 새겨 듣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 글에는 ‘한글과 컴퓨터’ 창업주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댓글을 달았다. 이찬진 대표는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라며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위원장님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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