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올해 안에 동남권 관문공항 개발계획 수립’을 공약으로 내놨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검토를 주장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다. 상반기에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고 2026년까지 공항 건설을 마친다는 신공항 건설 일정표를 고수하고 있다.
핵심은 관문공항 기능의 수행 여부다. 국토부는 줄곧 김해공항의 확장만으로도 ‘제2의 관문공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는 부울경 검증단의 설명은 정반대다. 김해공항의 입지를 고려할 때 관문공항 기능 수행 여부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주장이다. 한발 더 나아가 입지조건이 ‘부적합’한 데도 관련 법규 및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등 선정 단계부터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것이 검증단의 지적이다.
◇“입지·소음·활주로…정책 취지만 훼손”=부울경 검증단의 검증 결과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소음이다. 검증단은 새로운 소음평가 단위 ‘엘·디이엔(Lden·day evening night)’을 적용하면 김해공항 소음에 영향을 받는 가구는 2만3192가구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본계획에서 소음영향 지역으로 평가한 2732가구에 비해 8.5배 차이가 나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심야시간대(23~1시, 4~6시) 운항을 제한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경우 장거리노선 취항이 제한된다. 자연스레 물류 허브의 기능이 떨어진다. 검증단장인 김 의원은 “운항횟수를 기준으로 이른 아침에 도착하는 비행기편이 26%, 늦은 저녁에 출발하는 경우가 21% 수준”이라며 “비행 가능 시간대의 혼잡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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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길이도 논란이다. 검증단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 내부 설계 메뉴얼에 따라 공항 활주로 길이를 3700미터(m)로 해야 하지만 김해신공항은 항공기 제작사의 이륙거리도표를 사용해 3200미터로 적용했다. 이 경우 항공기 이륙중량을 제한해야 한다. 여기에 활주로 용량 조기포화도 예상된다. 국제 물류 수송 기지로서의 기능을 훼손하는 부작용이다.
이런 상황에선 여객 및 화물 처리 비율을 높이기 어렵다. 인천공항 대비 김해공항의 국제선 여객 및 화물 처리 분담비율은 각각 13.0%와 0.4%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분담비율 평균(47.7%·114.0%)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분담비율을 높일 수 없으면 신공항 추진 명분도 급격히 낮아진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도 국가백년대계로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큰 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안전하고, 24시간 운영가능하며,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공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도 동남권 신공항에 힘을 싣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울산·경남 신공항 검증단의 검증결과를 놓고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5개 광역단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두 갈래로 나뉘어 영남권 신공항에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총리실은 김해공항 확장방안을 다시 검토할 전망이다. 총리실 산하 기구가 재검증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가덕도 등 새 후보지에 신공항 건설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은 “국무총리실 이관을 서둘러 논란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며 “부울경과 국토부의 입장 차이가 명확한 만큼 총리실이 판정위원회를 설치해 관문공항 적합성 여부를 조기에 판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신공항 논란이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며 “안전과 소음 문제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만큼 입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