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다 '디플레' 온다…KDI "재정·통화 풀라"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한고은 기자 2019.05.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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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계곡' 예상보다 깊어 KDI "성장률 전망 2.4%로 0.2%p 하향 수정"…한은 "가계부채 1540조…증가율 4.9%로 14년만에 최저, DSR 등 대출규제 효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 사진=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마친 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30/뉴스1 / 사진=청와대


우리나라 씽크탱크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추면서 "재정과 통화정책을 확장 기조로 운영하라"고 제시했다. 전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동일한 전망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해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으므로 적극적 재정 행정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경기가 더 위축되기 전에 정부는 예산을 늘려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민간 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도체 호황 내리막길이지 '경제위기' 아냐

KDI는 저성장 기조가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제가 대외환경에 급속도로 취약해졌던 외환위기(98')나 금융위기(07') 당시 수준은 아니고, 근간이 아직까진 튼튼하다는 것이다. 다만 성장률을 수정한 주된 이유는 반도체와 건설 호황 이후 내리막이 예상보다 가파르단 것이다.



가계부채 잡다 '디플레' 온다…KDI "재정·통화 풀라"
김현욱 경제전망실장은 "그간 반도체 호황에 의한 성장률 상승폭을 감안하면 (저하속도가) 그리 빠른 건 아니다"며 "당초 2.6% 성장률을 예상했을 때 내수 기여도가 2.0%. 순수출 기여도가 0.7% 수준이었는데, 2.4% 성장률로 수정하면서 내수 기여도가 1.3%. 순수출 기여도가 1.1%로 높아질 거라고 상정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투자가 부진과 수출-수입 동시저하는 반도체 호황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수출과 투자에 왕성했던 삼성과 SK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제조장비 수입까지 늦추면서 엑셀을 느슨히 밟자 그 충격파가 예상보다 큰 셈이다. 건설투자 부분에선 토목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규제로 건축도 위축된 상황이다.

미중분쟁·디플레 맞서 '재정+금리' 풀어야


KDI는 성장률 예측과 상하방 위험요인으로 대외 무역분쟁 심화를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보복관세를 매기며 세계가 급속도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수출로 먹고 살아온 우리로선 커다란 불확실성이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부작용을 내면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기초연금과 근로장려세제 등 정부 사회안전망 정책이 민간소비를 늘려 경제가 예상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경제가 다소 쪼그라들 수 있는 시기에 놓였는데 이럴 수록 재정을 풀고, 통화정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정책이나 재정이 생산성 향상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총수요를 견인하고 일자리를 늘려 재정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예산은 올해(476조원)보다 7% 이상 늘어 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부채 1540조…부동산 대출규제로 증가세 잡았다

정부가 적극적 재정을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 숨은 뇌관인 가계부채 증가세는 일단 꺾였다. 1분기 가계신용(한국은행, 잠정) 잔액은 1540조원으로 전분기보다 0.2%(3.3조원), 전년보다 4.9%(71.8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절대액수는 최대치이지만 정부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해 2013년 이후 증가액은 최저치다. 1분기 증가율은 2004년 4분기(4.7%) 이후 14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정부 목표(5%대)를 하회했다.

다만 대출규제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 효과를 넘어 가계소비 전체를 위축시킬지가 문제다. 카드사·백화점 등 판매신용 잔액은 전 분기 보다 1조9000억원 줄어든 8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택매매는 지난해 4분기 21.3만호에서 올해 1분기 14.5만호로 줄었고, 아파트 분양물량도 7.2만호에서 5.3만호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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