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옷에 몰래 단 녹음기… 처벌받나요?

머니투데이 나단경 변호사 2019.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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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아이옷에 몰래 단 녹음기… 처벌받나요?


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형사 재판이든 민사 재판이든, 재판에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소송을 준비하거나 증거자료를 수집할 때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많은 분들이 몰래 녹음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보십니다. 오늘은 증거를 만들기 위해 몰래 녹음기를 숨겨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이것이 불법이 되는지 관련 판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른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고 있습니다(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6조 제1호).



최근 동료 직원들이 자신을 험담하는 물증을 잡기 위해 자신의 파우치에 녹음기능을 켜둔 MP3를 숨겨놓고 회사에 두고 외출하여 동료들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A씨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A씨는 MP3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잊고 두고 나갔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회사 CCTV에 찍힌 A씨의 행동과 파우치에서 MP3를 발견하고 놀란 직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에게 1심과 같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8노1647).

또한 다른 사안에서 이혼 소송 중인 40대 남성인 B씨는 아내가 거주하던 아파트를 찾아가 현관 앞에서 몰래 아내와 27개월 된 딸아이 사이의 대화를 5개월간 11차례 몰래 녹음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 있습니다. B씨는 자신이 녹음한 내용은 아직 의사 능력이 부족한 딸에게 아내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B씨는 아내가 딸을 학대한다는 의심이 들어 이를 막을 목적으로 녹음을 한 것이므로 녹음에 딸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듣는 사람이 말하는 이의 말을 인식하고 그에 반응하는 것도 대화에 포함”되며, “대화를 녹음한 장소가 그들의 주거로서 다양한 사생활이 전개되는 공간이고, 녹음행위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졌다.”고 보아 징역 6개월에 처하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즉 A씨와 B씨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 것입니다.


2.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비밀로 녹음한 경우(통화 중 녹음 포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민사상 문제는 될 수도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의 대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다가 비밀로 녹음하는 것은 처벌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비밀 녹음을 불법이라고 보고 위자료를 인정한 하급심 판례들이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헌법 제10조 제1문).” 라고 보아 음성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이나 이익이 있고, 비밀 녹음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다고 평가받을 경우에는 위법성이 소멸된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1358597).

결국 상대방의 동의 없이 본인과 상대방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통화 중 녹음 포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 처벌의 대상은 되지 않지만, 민사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밀녹음이 정당화되는 상황도 있는 것이 현실이고 음성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통상 큰 금액이 아닌 수준이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를 비교형량 하여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3. 이렇게 수집한 녹음 증거는 법원에서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 하여 증거능력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 돌보미의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아이 옷에 녹음기를 부착하여 수집한 녹음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안이 있었습니다. C씨는 구청에서 위탁 운영하는 가정지원센터 소속의 아이돌보미였습니다. 피해 아동은 생후 10개월이었는데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C씨는 아이의 엉덩이 부분을 손으로 때리면서 아이에게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쯧, 또라이 아니가, 울고 지0이고."라는 등 큰 소리로 욕설을 하고 아이가 울고 있는데도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을 시청하였습니다. 이에 C씨는 피해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법원은 해당 C씨의 음성이 녹음된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법원에서는 1심을 깨고 C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8노1809).

2심 법원은 아이가 10개월로 아직 언어 능력이 온전히 발달하지 않아 C씨가 하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C씨가 하는 말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녹음 행위로 인한 C씨의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가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우리 법원은 비밀 녹음된 증거를 형사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증거능력을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등 참조).

한편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대화자 간의 동의 없는 녹음도 불법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에는 통화 중 녹음기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동의 없는 녹음은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실무를 진행하다보면 몰래 녹음하지 않고서는 증거를 수집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지만, 법원은 원칙적으로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도리어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아이옷에 몰래 단 녹음기… 처벌받나요?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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