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中, '희토류 카드'로 전세계 반도체주 인질?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5.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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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中 희토류 수출 중단 공포에 나스닥 1.5% 급락…"무역협상 조속 타결은 지나친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인질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이 만약 미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면? 반도체 등 첨단 IT(정보기술) 제품의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세계 IT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113.91포인트(1.46%)나 급락한 7702.38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0.33%)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67%)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특히 반도체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퀄컴은 약 6%, 마이크론은 4% 떨어졌고 자일링스와 인텔도 각각 3%씩 하락했다.



표면적으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한 게 이유다. 구글에 이어 인텔과 퀄컴 등 반도체주들도 속속 거래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정보통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웨이와 그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시켰다. 미국 기업이 이 기업들과 거래하려면 미 행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거래금지 조치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이날 기술주 급락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미중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함께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 관련 기업 진리(金力)영구자석과학기술 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이를 놓고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카드로 희토류 수출 중단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등 첨단 제품들의 필수 원료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5%,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도 희토류를 자체 채굴할 수 있지만 중국 정도의 채산성과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등 IT업체들도 함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희토류가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아킬레스건'임은 미국의 '관세폭탄' 리스트에서도 드러난다. USTR(미국 무역대표부)은 지난 13일 공개한 3250억달러(약 390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대상 품목에 휴대폰과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포함하면서도 희토류는 제외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느긋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화웨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 이후 중국은 베이징에서 열기로 한 후속 미중 무역협상 일정에 대한 협의를 중단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하기 전까지 대화 재개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칸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트레보 구리치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미중 무역협상이 쉽고 빠르게 타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3∼4개월 동안 부과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며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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