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에 화났다면, 이 영상은 안 불편한가요?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9.05.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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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객 대응 적절성보단 여성경찰 무용론이 앞서…혐오와 왜곡 거두고 경찰 내 여성 역할론 재정비해야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모 술집에 출동한 경찰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대림동 경찰폭행' 영상으로 알려진 이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논란이 일며 여경 무용론 등이 점화됐다. /영상제공=서울 구로경찰서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모 술집에 출동한 경찰이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대림동 경찰폭행' 영상으로 알려진 이 영상 속 여성 경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논란이 일며 여경 무용론 등이 점화됐다. /영상제공=서울 구로경찰서


지난주 일명 '대림동 여경 동영상'으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구로동(실제론 대림동에서 한 블록 떨어진 구로동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밝힙니다.) 모처에서 일어난 현장에서 여성 경찰관이 취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논란입니다. 마약 범죄 조직원 턱밑에 플라잉니킥을 날리는 마포서 '장박' 장형사를 기대했던 분들에게 현실 여경은 초라했거나 믿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러면 이 영상은 어떤가요? '대림동 여경' 영상이 올라오기 1주 전쯤 인터넷을 달군 영상입니다. '경찰의 흔한 만취녀 대응법' 정도 제목과 함께 말이죠.

남성 경찰이 만취해 보이는 여성 취객에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성추행에 가까운 신체 접촉이 있지만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필사적인 무대응을 합니다. "건드리면 끝이다" 같은 웃픈 댓글이 보입니다.



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찰의 만취 취객여성 대응 영상. 영상 속 남성 경찰관이 만취한 취객에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상=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경찰의 만취 취객여성 대응 영상. 영상 속 남성 경찰관이 만취한 취객에게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상=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들 영상 모두 취객에 대한 경찰의 치안 활동을 담은 영상입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나온 논란의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신고 당사자나 목격자가 "적절했다"고 말할 정도로 취객에게 나름 대응한 여경에겐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손을 쓸 수 없어 두 손 들고 있는 경찰에겐 '안쓰럽다'는 동정 여론이 나옵니다.


경찰과 취객의 성별이 뒤바뀐 점을 제외하면 동일한 사건인데 말이죠. 두번째 영상 속 경찰이 여성이었다면,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번쩍 들쳐 메거나 끌고 갔다면 박수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 지역 지구대에서 일하고 있는 한 남성 경찰은 '대림동 여경' 논란에 대해 "취객의 저항이 거세거나 부상 위험이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테이저건을 포함해 한 단계 높은 대응도 가능하지만 당사자의 부상이나 뒤따를 수 있는 각종 소란을 고려하면 가능한 장구 사용을 피하고 싶다고 합니다. 취객을 '멋있게' 제압하지 못하는 건 여성 경찰관 뿐만 아니라 남성 경찰관에게도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 대응을 얼마나 적절히 했는지 여부입니다.

현장의 목격자나 일선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대림동 여경' 영상 속 주인공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지기 전에 '여경 무용론'이 들끓는 배경에 성차별 혹은 여혐 시각이 자리했다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혐오가 늘 논란의 그림자에 모습을 숨기고 갈등을 조장하듯, 이번 사건 역시 본질보단 남과 여로 나뉜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경찰 조직 내 여성 역할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여성 경찰관을 남성 경찰관 활동의 보조자로 취급하거나, 홍보수단 쯤으로 여겨온 고정관념과 그에 따른 실책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성 경찰관 일색 홍보영상이나, 응시자에게 무릎을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도록 하는 지나친 '배려'를 굴욕적으로 여기는 여성 경찰관도 다수라고 합니다.

경찰 내 여성 역할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혐오와 왜곡에서 출발한 극단적 '여경무용론'은 경찰 내부의 여성 인력 뿐만 아니라 치안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옵니다. 이번 논란이 경찰 내 여성인력의 적절한 활용과 치안서비스 향상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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