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먹고 살기 위해서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애를 낳으려니 한 명이 희생해 육아를 전담해야한다.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희생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없이 일터를 떠나면 곧바로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대열에 합류한다. 일반 취업도 어려운 마당에 재취업은 더 어렵다. 그래서 애를 안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애를 낳지 않는다며 젊은 부부를 비난하고, 키워봐야 즐거움을 안다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들리지도 않는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알 수 없는 미래의 기쁨 때문에 일터를 포기할 간 큰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평생 애 키우면서 살 돈을 주지 않는 이상 소용 없다.
답은 간단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기업문화를 바꾸고, 이를 가로막는 사업주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 어떤 경제지표보다 중요한 게 인구다. 경제가 어려우면 나라가 휘청이지만, 인구가 줄어들면 나라 자체가 없어진다. 모성보호제도를 못쓰게 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을 없애려는 '주적'이다.
고용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성보호와 워라밸 정책을 펼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업주들 어르고 달래는 수준이면 곤란하다. 일·가정 양립을 방해하는 기업은 한국 땅에서 설 자리가 없게 만들 정도의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