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왕국' 화웨이 회장 "美반도체 없어도 된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5.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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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회장, "반도체 독자개발...ZTE처럼 굴복안할 것" 주장...시장은 "사업 아예 멈출수도" 경고

/사진=로이터통신./사진=로이터통신.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산 반도체가 없어도 괜찮다"면서 "우리는 제2의 ZTE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18일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 심천 화웨이 본사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우리는 법을 어기는 일을 하나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이 만든 통신 장비를 자국 기업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정보통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70여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 사태가 커지자 미국과 중국간 향후 무역협상 일정 논의마저 중단됐다.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닫을 수 있는 모양새다.



런정페이 회장은 이번 미국의 수출 규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화웨이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분적인 것에 그칠 것"이라면서 "올해 매출 증가율은 20% 미만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화웨이의 매출은 1070억달러(약 128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ZTE처럼 미국의 요구에 따라 경영진을 쇄신하고 감시를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ZTE는 지난해 대이란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맞으면서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인텔이나 퀄컴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던 반도체 등 핵심부품 20~30%가량의 수급이 끊겼다. ZTE는 31억달러(약 3조3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고 결국,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의 벌금과 경영진 교체, 감시체제 구축 등을 합의한 뒤에야 제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런정페이 회장은 당시 ZTE는 미국의 요구에 응해야할지 말지 중국 정부에 물었지만, 화웨이를 그럴 생각이 없다고도 밝혔다.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퀄컴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입을 수 있는 타격에 대해선 "미국이 반도체를 팔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이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해 공급을 메우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ZTE처럼 사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이번 제재가 미국 기업들과의 직거래를 막는 것을 넘어, 미국 기술이나 제품이 들어간 외국 기업 제품도 화웨이에 공급이 불가능하도록 막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전세계로부터 연간 670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부품을 공급 받으며, 이중 미국의 비중은 약 110억달러(약 13조1500억원)이다. 특히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화웨이에 납품하는 일본 도시바나 무라타제작소, 대만 폭스콘 등의 공급도 모조리 막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크 리 번스타인 리서치 연구원도 "TSMC 등 반도체 업체들이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거부하면, 화웨이 사업이 아예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마저 화웨이 제재가 예상보다 너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자 일부 기업들에는 화웨이와 거래를 할 수 있는 90일짜리 임시면허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는 상황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무역상대국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정책은 결국 미국의 신용을 잃게 만들 것"이라면서 "5G(5세대 이동통신)을 미국에서 생산해달라고 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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