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찾은 황교안, 광주 시민들과 충돌…또 물세례

머니투데이 광주=백지수 기자 2019.05.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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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시민단체 항의 속 행사장 진입 난항…물세례·흰 국화 맞기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5.18민주묘지 입구를 들어서려다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5.18민주묘지 입구를 들어서려다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9주년인 18일 보수 정당 대표로 이례적으로 광주를 찾았다. 하지만 5·18 왜곡 처벌 특별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고 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 징계 문제 등을 규탄하는 광주 시민들과 충돌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우천 속에 열린 39주년 기념식에 나경원 원내대표·한선교 의원(사무총장)·민경욱 의원(대변인)·신보라 의원(청년최고위원)·이만희 의원(원내대변인) 등 당 지도부·원내지도부와 함께 참석했다.

오전 9시30분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탄 버스가 묘지 입구 '민주의 문'이 보이는 광장 앞에 멈춰섰다. 한선교 사무총장이 먼저 와서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맞이하자 그 주변으로 항의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광주 5월 어머니회 등 다수의 광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황 대표는 행사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이들이 이를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묘지 입구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과 한국당 지도부 사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스크럼을 짜고 인파를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황 대표는 옷깃과 넥타이 등을 붙들리기도 했다.

황 대표는 스크럼을 짜고 묘지 진입을 막는 시민들을 헤치고 묘지 정문격인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이후 검색대로 향하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시민들이 몰려들어 "황교안 물러가라"를 외쳤다.

시민들은 버스 문이 열리기 전부터 "황교안 물러가라"며 "여기 왜 왔냐"고 소리쳤다. 어떤 중년 여성은 절규하며 "오지마"를 울부짖었다. 문이 열리고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차에서 내리자 "꺼져라", "여기가 어디라고 와 개XX야" 등 욕설이 이어졌다.


황 대표가 행사장 입장을 위해 검색대 근처까지 오자 일부 시민들은 생수병을 열어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끼얹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3일에도 광주를 찾아 '문재인 STOP 규탄집회'를 열었으나 맞불 집회(한국당 규탄대회)를 연 광주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로부터 물벼락을 포함한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당시에도 시민단체 회원들은 황 대표가 광주송정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한국당이 할 일은 이 자리에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황 대표를 향해 어떤 시민은 '근조(謹弔)'를 의미하는 흰 국화를 던졌다. 몸싸움 속에 황 대표가 입장에 성고하자 시민들은 "행사장 안에서 끌어내면 된다"며 분을 삭였다.

황 대표 도착 전부터 묘지 입구 곳곳에서는 황 대표와 한국당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광주·전남 지역 대학생들이 모여 '5·18 역사왜곡 5·18 진상 규명 방해,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나 '황교안이 전두환이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날 황 대표가 이례적으로 5·18 기념식 참석을 결정하면서 이같은 충돌이 일찌감치 예고됐다. 황 대표는 앞서 3년 전 국무총리로서도 5·18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전날 정치권에서도 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한국당의 5·18 기념식 참석이 '정치적 꼼수'라며 광주행을 규탄했다.

이에 비해 한국당은 이날 민경욱 대변인 논평을 통해 "5·18은 대한민국의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오늘 한국당 지도부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한국당은 그 날에 있었던 평범한 시민들의 슬픔에 대해 가슴 깊이 공감하며 진심으로 헤아리고자 애써왔다"며 "5·18 특별법을 제정해 이 날을 '민주화 운동 (기념일)'으로 명명한 것도 한국당의 전신인 문민정부가 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한국당)가 역사를 부정하고 5·18의 정신을 폄훼한다는 지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평범한 시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다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한국당"이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우리를 향한 광주 시민들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잘 알고 있다"며 "5·18 관련 징계 절차도 조속한 시일 내에 당 내 의견을 수렴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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