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광주에 너무나 미안하고…너무나…" 목메인 5·18 기념식

머니투데이 김성휘 ,최경민 기자 2019.05.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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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보)광주의 과거·현재·미래 짚은 기념사 "지체된 정치의식" 질타

【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여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여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5.18.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 울먹이는 목소리로 광주 시민과 1980년 당시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목이 멘 듯 기념사를 잠시 읽지 못하고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그러면서도 "오월은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오월은 희망의 시작, 통합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해 기념식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과거-"미안하고 부끄럽다" 울먹여=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념사에서 "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라고 말하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 감정이 북받친 듯 숨을 고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몇 초 후, "너무나 부끄러웠고"라고 다음 구절을 힘겹게 읽고, 곧이어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강조했다.
【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19.05.18. [email protected]
현재-"지체된 정치의식, 새 시대로 못가"= 문 대통령은 "‘광주사태’로 불리었던 5.18이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였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했고, 광주 학살의 주범들을 사법적으로 단죄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우리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다"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며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현실은 강도 높게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다"며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오월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광주로부터 빚진 마음을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갚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정부는 국방부 자체 5.18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성폭행과 추행, 성고문 등 여성 인권 침해행위를 확인하였고,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했다"며 "정부는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 규명 위원회가 출범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이해찬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19.05.18. [email protected]
미래-"진실 앞에 마음 열 때 용서와 포용 커져"= 문 대통령은 이렇게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주목한 다음엔 미래를 짚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는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라며 "노사정 모두가 양보와 나눔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고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 "모든 지자체가 부러워하며,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모색하고 있다"며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수소융합에너지 실증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국내 최대규모의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도 추진 중이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사업에도 광주가 최종 선정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가장 하고싶던 말은 마지막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의 주요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 옛 도청과 5.18기록관을 운행한다"며 "228번은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번호"라고 말했다. 또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구 권영진 시장님은 광주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렸다"며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라며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오늘의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끝으로 "광주로부터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을 함께 가꾸고 키워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오월이 해마다 빛나고 모든 국민에게 미래로 가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가두방송 여성을 위로하고 있다. 2019.05.18.     pak7130@newsis.com【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가두방송 여성을 위로하고 있다. 2019.05.18.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 앞서 1980년 당시 광주시내 가두방송 주인공인 박영순씨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박씨는 기념식 중 기념공연 및 내레이션 시간에 자신이 했던 방송을 다시 외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도청을 끝까지 사수할 것입니다, 5월27일 새벽 저는 도청 앞 광장에 크게 울려퍼지도록 마지막 새벽 방송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박씨를 문 대통령이 일어서서 위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정계와 일반 참석자들은 끝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기념식을 마쳤다. 문 대통령은 이어 희생자 묘소들을 둘러보며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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