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시장은 5월에 유독 약하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5월에 팔고 탈출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속설이 생겨났을 정도다. 올해도 증시 약보합 징크스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은 이달 들어서만 7% 가까이 급락하며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현상도 이해가 된다. 주가가 하루 오르고, 하루 떨어지는 것을 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이 뒤바뀌는 상황에선 시장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첫번째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미중 관세전쟁 우려가 가장 심하게 반영됐던 지난해 3~4분기 긴축 통화정책 발언을 서슴지 않던 연준은 달라졌다. "금리를 낮추라"는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 정도로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번째는,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주가 흐름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 트윗 직후 출렁이던 양국 증시는 이내 중심을 잡았다. 미국은 이번주(5월13~16일) 0.02% 올랐고, 중국는 1.9% 하락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검은 10월’ 사태가 전개됐던 것과 확실히 다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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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로는 관세전쟁·기업실적 등 불확실성이 한국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지난해와 차이가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이미 올해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반납했다"며 "코스피 지수는 관세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 평균 주가 수준보다도 낮다"고 분석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업황 둔화 우려가 쏟아졌던 지난해 말과 이미 반토막 난 이익 전망치를 현실로 받아들인 시장은 큰 차이가 있다"며 "코스피 지수 이평선 등 차트를 분석해봐도 강한 지지대가 존재해 추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