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튜브·광고·신문에 日 AV배우가…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5.1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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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물 9500여편 찍은 일본 AV배우 시미켄 두고 '시끌'… "한국서 AV는 불법" vs "AV배우의 성교육 콘텐츠 유익"

시미켄이 모델이 된 게임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시미켄이 모델이 된 게임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형 알지?"… 광고 속 한 남성이 "형 알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화려한 색감을 배경으로 열심히 춤을 춘다. 이 광고는 한 모바일 게임 광고로 포털사이트 메인, TV, 영화관,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다. 광고는 "형 알지?" 뿐만 아니라 "사스가"(さすが·역시) "절정을 경험했다" 등의 문구와, 남성이 야릇한 표정을 짓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광고 속 이 남성은 일본 포르노 AV(Adult Video·성인 영상물) 배우, 시미켄(본명 시미즈 켄·40)이다.



시미켄이 한국 주류문화를 파고 들었다. 광고는 시미켄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곳 중 극히 일부다. 16일 기준 시미켄은 구독자 43만명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다. 유튜브 콘텐츠 자체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져, 구독자 역시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시미켄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국에 사는 일본인 지인에게 한국인 중에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들었고 그것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미켄이 등장한 모바일 게임 광고 시미켄이 등장한 모바일 게임 광고
시미켄은 본인 유튜브 채널을 '시미켄 TV'라고 부르며, 한국어로 "소중한 성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우리 모두가 건강한 성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건전한 정보만을 공유하는 밝고 재미있는 채널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지난 15일에는 "작아서 고민인분들, 지금 바로 해결해드리겠습니다"라는 특강 영상을 게재했다. 시미켄과 '특집 게스트' 동료 AV 배우 요시무라는 "성기의 크기가 작아 고민인 남성분들이 정말 많았지만,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자세를 바꾸거나 각도를 달리하는 등 테크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독자가 43만명에 이를 만큼 대중적이니, 한국 언론 등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16일 오후 기준 시미켄 관련 기사를 포털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59건의 기사가 노출된다. 최근 한 유력 일간지에서는 주말판 신문 한 면에 시미켄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9500여편'에 달하는 성인물에 출연한 AV배우가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성교육 강의도 한 적이 있다는 게 요지였다.

/사진=시미켄 유튜브/사진=시미켄 유튜브
이처럼 일본 AV배우의 한국 주류문화 유입세가 매섭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일본 AV 배우의 한국 광고 금지 청원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최근 한 게임회사가 일본 AV 배우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면서 "일본 등과 같이 포르노 제작이 합법화된 국가에서도 야동 배우를 TV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것은 유례 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 광고 심의가 이렇게 허술한 곳이였냐"고 항변했다.


그는 "어른들은 광고를 보고 불쾌하며, 일본 AV배우가 광고하는 걸 보면 유아동의 성가치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광고를 금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이들이 주류 문화가 되는 걸 막아야한다" "한국의 수치다" 등의 공감을 받아 공유되며, 16일 오후 기준 96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과, 시미켄의 활동을 반대하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AV가 불법이므로 양지화되는 건 옳지 않다", "일본 AV 산업은 야쿠자와 연관돼있다는 의혹이 많고, 여성 AV 배우는 연예인 데뷔를 해준다는 식의 사기에 속아 잘못 발을 들인 뒤 강제로 찍는 것이므로 소비해주면 안된다", "AV는 대부분 여성을 강제로 겁탈하는 내용이므로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악영향을 준다" 등이다.

/사진=AV 배우 츠보미 유튜브 /사진=AV 배우 츠보미 유튜브
하지만 이들의 열망과는 달리, 시미켄이 꽤나 성공적으로 한국 주류문화에 안착하자 다른 AV 배우들도 한국 문화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2006년 만 18세 나이로 데뷔한 일본 유명 AV 배우, 츠보미도 그 중 한 명이다.

츠보미는 지난달 30일 한국어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츠보미 TV'를 열고 "츠보미입니다. 안녕하세요. 가끔이라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영상에 밑에 "안녕하세요. 한국어 잘 못합니다. 배틀 그라운드 못 합니다. AV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요"라는 소개말을 덧붙였다.

AV 배우 시미켄(왼쪽)은 일본 와세다대, 츄오대 등에서 성교육 강의회를 열고 있다. /사진=트위터AV 배우 시미켄(왼쪽)은 일본 와세다대, 츄오대 등에서 성교육 강의회를 열고 있다. /사진=트위터
하지만 한편에서는 AV의 활동이 '뭐가 문제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미켄의 활동을 찬성하는 이들은 "AV 배우라는 이유로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막는 건 잘못됐다", "AV는 한국에서나 불법이지, 다른 선진국에서는 합법이고 한국에서도 AV 수요 자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AV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자는 비판할 자격이 없다" 등의 의견을 냈다. 이외에 "AV배우 보다 성관계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텐데, 이들이 '진짜 성'에 대해 가르쳐주니, 교육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 AV는 불법이지만, 그동안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었기에 '음성적'으로 AV가 공유됐다"면서 "한명의 AV 배우가 43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구독자를 갖고, 광고까지 찍는다는 것은 AV가 이제 한국에서 주류 콘텐츠가 됐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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