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 사례는 많은 소비자들이 겪는 고민이다. TV 디스플레이가 브라운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LCD(액정표시장치)로 엇비슷했던 시대를 지나 겉보기는 비슷해도 제조기술이 전혀 다른 제품이 경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OLED TV는 TV 화면을 밝히는 백라이트를 없앤 제품이다. 전기가 흐르면 화면(디스플레이)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TV를 밀리미터(㎜) 단위로 얇게 만들거나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 완제품은 삼성전자가 2012년 먼저 출시했지만 생산단가 등의 문제로 철수한 뒤 LG전자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생산 중이다.
양사의 신경전은 QLED TV가 지난해 세계 판매대수에서 OLED TV를 추월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불붙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QLED TV는 268만7700대가 팔려 OLED TV(251만4200대)를 제쳤다.
판매 금액으로는 OLED TV가 65억2939만달러(약 7조4500억원)로 QLED TV(63억4016만달러·7조2300억원)를 앞서지만 본격적인 세대결 2년 만에 나온 변화의 조짐을 두고 양사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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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QLED가 자발광 디스플레이 이전 기술로 평가되는 LCD 기반 기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부회장이 직접 나서 "QLED는 LCD"라고 언급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QLED 저격에 나섰다.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신경전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삼성전자 태국·말레이시아 법인은 QLED TV의 10년 무상보증 프로모션 광고를 하면서 OLED TV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번인(OLED TV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것) 현상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했다.
OLED는 유기물 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산소와 반응해 화면이 검게 그을리는 번인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LG전자 해법은 한곳에 같은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도록 TV 자체에서 영상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가정용 TV 시청이라면 번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LG전자 입장이다.
양측 공방 배경엔 연간 130조원에 달하는 세계 TV 시장의 표준화 경쟁이 자리한다. 누가 시장의 표준제품이 되느냐에 따라 패권이 갈리기 때문이다. 제조사마다 세 불리기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 QLED TV를 제조하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4곳, OLED TV를 만드는 기업은 LG전자를 비롯해 15곳이다.
당사자에겐 때로 가혹할 만한 상황이지만 세계 TV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사 공방을 소모전으로 보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과열될 때도 있지만 기술에 대한 자존심은 제조업체의 기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경쟁이 바로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양사가 올해 TV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잖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TV사업부가 대형 프리미엄 TV 출하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사 합계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