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QLED vs OLED, 당신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5.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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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QLED'야 'OLED'야]①QLED 삼성전자 vs OLED LG전자…프리미엄TV 세계표준 경쟁

편집자주 프리미엄 TV 시장을 놓고 가전업계 양대 축인 삼성과 LG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케팅 전면에 내걸고 있는 'QLED'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해선 '정보'보단 '주장'만 난무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QLED TV'와 '올레드 TV'의 속살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MT리포트]QLED vs OLED, 당신의 선택은


결혼 11년차 한모씨(39·서울 동대문구)는 신혼 때 장만했던 TV를 바꾸려다 한 달째 고민 중이다. 모처럼 큰마음 먹고 제품을 알아보다 결정장애에 빠졌다. 삼성전자 매장에선 QLED(백라이트에 양자점 소재의 컬러필터에 입힌 TV 상표명) TV가, LG전자에선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최고라는 통에 어느 것을 사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한씨는 "TV는 한번 사면 10년을 쓰는 가전인데 막 살 순 없잖냐"며 "TV 살 때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한씨 사례는 많은 소비자들이 겪는 고민이다. TV 디스플레이가 브라운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LCD(액정표시장치)로 엇비슷했던 시대를 지나 겉보기는 비슷해도 제조기술이 전혀 다른 제품이 경쟁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세계 TV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시점에 새삼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LG전자 (90,800원 ▲200 +0.22%)가 치열한 TV 대전을 재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어느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대세가 되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OLED TV는 TV 화면을 밝히는 백라이트를 없앤 제품이다. 전기가 흐르면 화면(디스플레이)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TV를 밀리미터(㎜) 단위로 얇게 만들거나 휘어지게 만들 수 있다. 완제품은 삼성전자가 2012년 먼저 출시했지만 생산단가 등의 문제로 철수한 뒤 LG전자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생산 중이다.



QLED TV는 삼성전자가 2017년 백라이트에 퀀텀닷(양자점) 소재의 필름을 입혀 색재현율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백라이트 때문에 두께를 줄이지 못하자 삼성전자는 TV 자체를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하는 액자형 TV '더 프레임'으로 역발상 마케팅 전략을 썼다.

양사의 신경전은 QLED TV가 지난해 세계 판매대수에서 OLED TV를 추월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불붙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서 QLED TV는 268만7700대가 팔려 OLED TV(251만4200대)를 제쳤다.

판매 금액으로는 OLED TV가 65억2939만달러(약 7조4500억원)로 QLED TV(63억4016만달러·7조2300억원)를 앞서지만 본격적인 세대결 2년 만에 나온 변화의 조짐을 두고 양사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LG전자는 QLED가 자발광 디스플레이 이전 기술로 평가되는 LCD 기반 기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부회장이 직접 나서 "QLED는 LCD"라고 언급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QLED 저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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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완벽한 컬러 구현'이라는 LG전자의 올레드 TV 광고 문구를 두고 자율광고심의기구인 전미광고국(NAD)에 문제를 제기했다. LG전자가 올레드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는 '화질'(컬러) 카드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전미광고국은 광고상 수사라는 LG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해당 표현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신경전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삼성전자 태국·말레이시아 법인은 QLED TV의 10년 무상보증 프로모션 광고를 하면서 OLED TV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번인(OLED TV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것) 현상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했다.

OLED는 유기물 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산소와 반응해 화면이 검게 그을리는 번인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LG전자 해법은 한곳에 같은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도록 TV 자체에서 영상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가정용 TV 시청이라면 번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LG전자 입장이다.

양측 공방 배경엔 연간 130조원에 달하는 세계 TV 시장의 표준화 경쟁이 자리한다. 누가 시장의 표준제품이 되느냐에 따라 패권이 갈리기 때문이다. 제조사마다 세 불리기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 QLED TV를 제조하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해 4곳, OLED TV를 만드는 기업은 LG전자를 비롯해 15곳이다.

당사자에겐 때로 가혹할 만한 상황이지만 세계 TV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이 국내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사 공방을 소모전으로 보기보다는 선의의 경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과열될 때도 있지만 기술에 대한 자존심은 제조업체의 기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경쟁이 바로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양사가 올해 TV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잖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TV사업부가 대형 프리미엄 TV 출하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사 합계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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