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심리지수 4개월째 개선 vs '경제위기설'로 경제심리 짓누르는 언론 보도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05.1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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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신문이고 방송이고 장사 안된다 안된다 하니 더 안됩니다" 호소하는 자영업자들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경제심리지수 4개월째 개선 vs '경제위기설'로 경제심리 짓누르는 언론 보도


“방송이고 신문이고 뭐든 장사 안된다 안된다 하니 더 안된다. 과거에는 꽃을 살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었는데... 꽃 농사짓는 사람도 생각해서 많이들 사세요.”



지난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남대문 꽃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보도로 경제심리를 짓누르는 언론 보도 행태를 꼬집으면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해부터 한국경제의 상황에 대해서 "어렵다", "힘들다", 심지어 "경제위기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당사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경제위기를 논하거나 최악의 지표로 평가할 상황이 아님에도 언론 보도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 '금융위기 이후 최저', 아니면 '몇 년(개월) 만에 가장 부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백,수천개씩 쏟아져 나오는 이런 경제 관련 뉴스의 홍수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자극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뽑은 기사의 헤드라인이나 과장된 그래픽만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정말 나쁘구나'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통상 경제라는 영역은 여러 변수들과 다양한 세부 분야들이 있기 때문에 한번 부진한 지표가 나오면 이후 개선된 지표가 나오는 게 지극히 당연함에도, 간혹 호전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한국경제가 나쁜데 무슨 소리"라며 "이는 통계조작이다"고 치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경제심리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악이라고 말하던 내수 경기, 그 중에서도 소비 경기는 오히려 호조를 보였다. 2018년 경제성장률 지표 중 지출 항목에서 가계의 소비를 나타내는 민간소비 증가율(실질 기준)은 2.8%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13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매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 발표되는 소비관련지표인 소매판매액 증가율(불변 기준)은 연간 4.3%를 기록해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실은 잘 다뤄지지 않고, 지난해 부진했던 기업의 투자 지표들과 뭉뚱그려서 한국경제의 내수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며 마치 한국경제가 경제위기에라도 빠진 것처럼 호도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투자와 관련해서는 이미 2017년에 역대급 반도체 설비투자가 이뤄졌고, 다음해 종료되면서 '기저효과'의 영향이 명백함에도 이러한 사실은 생략한 채 단순히 전년과 비교해 급락한 지표만을 부각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언론에 비춰진 한국경제는 이미 초유의 위기상황에 심지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빠져 탈출구가 없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언론에서 나오는 '역성장 쇼크'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국민들의 경제심리는 정말 쇼크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성장률 지표를 뜯어보면 부진한 이유가 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의 특성상 이전 분기 성장률이 호조를 나타내면 그 다음 분기 성장률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2017년 3분기에도 전기 대비 1.4%로 깜짝 성장률을 기록한 탓에 이어진 4분기에는 전기 대비 –0.2%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연간 3.1% 성장률을 기록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우려했던 마이너스 성장률 쇼크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4분기에도 우리 경제는 전기 대비 1.0%의 깜짝 성장을 했고, 올 1분기는 그에 따르는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에서 가장 크게 성장률을 까먹었던 부분은 부진한 설비투자 못지않게 정부지출에 있었다. 정부지출의 1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무려 –0.7%p로 나타났고, 이는 정부 지출 부진이 0.7%p만큼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만약 정부 기여도가 제로(0%p)만 됐어도 1분기 경제성장률은 충분히 플러스 성장이 가능했다는 얘기가 된다.

오히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최근 지속적인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중 101.6으로 전월대비 1.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데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8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 소비자심리지수는 경기 둔화와 함께 지난 2018년 10월 100을 하회해 11월 95.7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바닥을 찍고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2019년 3월 99.3을 기록하고, 4월 들어서는 101.6으로 마침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즉, 소비와 관련된 경기를 낙관적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기준치 100을 상회했음에도, 막상 언론의 반응은 더할나위 없이 무덤덤하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 “소비자심리지수 개선됐지만, 자영업자는 악화”라는 보도가 대부분이며, 그 결과 소비자심리지수가 개선된 성과는 별로 부각되지 못한 채 희석됐다.

기업의 심리지표인 기업경기지수(BSI)도 마찬가지다. 한은에 따르면 4월 중 제조업의 업황BSI는 75로 전월 대비 2p 상승하였으며, 다음달 전망지수도 전월 대비 1p 상승했다. 비제조업의 4월 업황BSI도 74로 전월 대비 1p 상승했고, 다음달 업황전망BSI(77)도 전월 대비 1p 상승했다.

2003~2018년까지 장기평균치인 제조업 79, 비제조업 75에 아직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난 1월 또는 2월 이후 연속해서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글로벌 경기가 부진하고, 국내 투자까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내·외수 기업 심리가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의 투자나 영업 활동이 좀 더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서는 “기업 체감경기 두 달 째 개선됐지만 여전히 '비관적” 혹는 “기업 체감경기 여전히 불투명” 이라는 기사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기업경기를 보수적으로 보는 BSI의 특성상 쉽게 기준치를 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의 상승 추세와 심리 개선에 의미를 두는 것이 타당함에도 오히려 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흔히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언론들이 객관적인 평가 대신 경제 심리를 짓누르는 기사들만 양산하게 된다면 경제주체인 소비자와 기업가들의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불안감을 고조시켜 결국 한국경제 전체가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뭐든 장사 안된다 안된다 하니 더 안 된다는 자영업자 A씨의 호소를 언론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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